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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어울리지 않는 명제이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사건 이후 그의 음악은 인간의 “喜怒哀樂愛惡慾”을 담는
거대한 용광로로 확대되고, 영웅, 운명, 전원, 합창교향곡, 황제협주곡 등 걸작의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베토벤이 운명교향곡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당신들이
힘들고 고통받을 때, 당신과 같은 좌절, 불행, 비참한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도
음악가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몸부림 친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로 당신
의 마음을 위로하기 바라오”
즉 우리는 그 누구라도 자신만의 고민, 고통을 가진 채 살아간다. 자신이 홀로
남겨졌다고 느낄 때, 과거에도 청천벽력같은 운명의 벽 앞에 맛서 싸우던 한 인
간의 현장을 목격한다면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다.
베토벤은 사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아이였다.
어머니는 폐결핵환자로 태어난 아이도 얼마 안 돼 죽고, 살아있는 동생들도
건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베토벤을 괴롭혔으며 베토벤 또한 언제 무슨 병에 걸
릴지 모르는 잠재적 불구의 상태로 태어났으며, 사랑하는 어머니는 베토벤이 젊
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아니나 다를까 한창 음악활동을 시작할 무렵, 귀가 멀기 시작하는데, 베토벤
은 청력을 회복하기 위해 목숨을 건 전기치료까지 받게 되고 잘못된 약물치료와
과음 등으로 이미 위장병 간경변 류마티스 등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암흑과 같은 불우한 처지
잘 알려진 '암흑에서 광명으로'는 이와 같이 베토벤의 전 일생을 통하여 계속
164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