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2023서울고 35회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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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젊은 시절, 죽음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
                   음을 알게 된다. 유서를 통한 자기와의 독백 과정에서 그의 유서는 운명에 대한 선
                   전포고문으로 바뀌고, 어둠속에서 스스로 새로운 베토벤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즉 그가 운명을 대하는 방식은 미래에 있을 희망과 빛과 같은 보상에 대한 기
                   대로 인내를 하고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지 못할 운명이라면
                   스스로 어두운 암흑의 소굴로 들어가 대결을 하는 로마시대의 검투사를 떠올리
                   게 한다.



                     무척이나 자존감이 강했던 베토벤에게 비참한 운명이 인간을 불행하게 하고
                   체념시키며, 굴복을 받아들이게 하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운명이 있는 곳
                   을 찾아가 마주하여 그곳에서 찬란한 환희의 불꽃을 피우리라 다짐했던 것이다.



                     (희망과 빛, 주어진 조건에서만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혹은 참혹한 환경에서 인간 본연의 본성을 잃어버린다면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이며 이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하는 그의 반항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서 “나는 기꺼이 죽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넘어서는
                   승리의 환희와 행복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들려오는 자기안의 멜로디를 청중들
                   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미 죽음의 패가 쓸모없게 된 운명의 신 앞에 두

                   려울 게 뭐가 있으랴~)


                     그런 의미에서 이 운명교향곡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베토벤 그가 운
                   명교향곡이라 명명한 것도 아니며, 곡의 전개방식을 볼때 환희교향곡 혹은 베토
                   벤 자신의 운명을 혁명적 사건으로 전환시킨 혁명교향곡이 더 어울릴 것이다.



                   운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운명의 틀 속에 가두고 대중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어 심리적으로 이를
                   회피하는 은신처를 제공하고 돈벌이 수단이 되거나 신분사회를 정당화하는 수
                   단으로 이용된다. 이는 인간의 자유 평등 존엄의 가치를 둔 베토벤의 사상과는



                                                                  163 _ 4060 우리들의 3色5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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