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성북문창반 전자시집 제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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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위, 남겨진 그림자
험한 길 걸어오면서
발자국 위 남겨진 그림자
지도처럼 그려졌다
나이 여섯 살에
아장아장 걸었던 아이찌갱*(愛知縣)의 둑길은
밤낮없이 지진과 공습경보로 요란하더니
원자폭탄 때문에
고국으로 가는 바닷길 열었다
시모노세끼*(下關)에서 부산항에 입항했을 때
그저 수용소 군도에서
까무잡잡한 필리핀 관리자가
구역질나는 언어로 뇌까렸다.
귀가 소금에 절였다
목탄차 스타징*을 돌리며
먼지 펄펄 나는 화물차 뒤꽁무니에 올라
까만 눈알만 깜박이며
모락모락 연기 피는 고향에 갔는데
흉년 들어 연기는 피우지 않고
소나무 밭만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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