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성북문창반 전자시집 제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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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손을 흔들고 있다
어느새 홀로 선 나목裸木
긴 세월 숨죽여
엄동설한 고개 넘어
애타게 기다림 속
찬바람 이겨내고
남풍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가지마다 물 올려
죽은 나무 겨울 잠 깨운다
아련한 그리움 한 아름 안고
인동초, 복수초, 설중매,
맨 앞줄에 서서 첫 선 보이려고
눈밭에서 기지개 펴
불그스레한 색깔 눈 부신다
첫사랑의 화사한 몸짓으로 벙글어
수줍은 얼굴 배시시 내민 붉은 연서
이 마을 저 마을
집배원이 비밀스레 창문을 살짝 두들긴다
바람 속에서
꽃이 손을 흔들고 있다
온 세상을 환하게
새 생명 사랑의 꽃으로 물들인다
성북문창반 전자시집-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