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성북문창반 전자시집 제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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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잔
잔 가득히 붓는다. 충분히 취하고 싶었다. 취해야 한다. 부정
적인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나는 술의 힘을 빌린다. 술을
즐겨하지는 않는다. 금주가도 아니다. 일부러 술을 피하거
나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신앙에는 술을 마시
지 말라. 술을 먹으면 절대 안 된다 라는 규정은 있지만 가끔
지키지 않는다. 중요한 말을 할 때 와인 한 잔 한다.
나의 아군이다.
엄마도 결혼식을 했구나 옆에 있는 사람 누구야 엄마는 으응
하며 대충 넘어갔다. 얼렁뚱당 지나간 그 시간에 의문을 가
진 질문에 당사자가 아닌 목격자로 해결할 때가 되었다. 그
런 나이로 궁금해 한다. 왔다. 공격은 시작되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한 누구에 대해 궁금해 하는 씨도둑
에게 존재와 출생에 대해 설명해주어야 하는 시기가 드디
어 지금이다.
와인은 천천히 마셨다. 단둘이 있는 시간에 일부러 먹었다.
천천히 붕어빵인 얼굴을 바라보며 닮은 얼굴이 던지고 간
상처와 흔적에 대해 용서를 먼저 하였다. 첫마디로 식구가
누굴까 였다. 매일 세끼 밥을 먹고 한 이불 속에서 잠자는
사람이야. 식구가 누구지? 엄마. 그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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