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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書·畵·寫 솜씨展

            블랑(Blanc)













                                                     김기형 (10반)









             월송정 숲길 지나 월송정 닮은 카페에서 블랑을 마신다. 그림자마저 바래가는

           십일월의 오후 세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자의 성대가 떨렸다.


             술 취한 아버지가 말했다. 눈물.... 어..... 눈물.... 어? 그니까 눈물을 먹어보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고



             내가 먹어야 하는 것이 눈물인지 빵인지 나는 잠시 생각한다. 아버지 보다 늙
           은 나는 아버지의 눈물을 월송정에서 기억한다.



             나는 블랑을 마신다.


             마을로 이어진 길은 끊겼고 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없는 낯선 까페에 앉아
           늘어진 배낭에서 단팥빵을 꺼내 블랑으로 목축이며 먹었다. 내 몸은 쉰내에 젖

           었다.
             울진비행훈련장 담장너머로 프로펠러 비행기가 낮게 떨며 내려앉았다. 활
           주로에 멈춘 비행기는 블랑블랑 소리를 내며 시동을 끈다. 숲속에서 멧돼지가




           192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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