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8 - 강화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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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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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2005, 08, 23
이혜주
나무가 잘리었다.
그루터기로 남았다.
그루터기에 앉아 감상만 할 줄 알았던
지난 날
그루터기를 보면서
잘려나간 나무의 몸처럼
뻗어나간 뿌리의 몸이 궁금하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태양없이 손끝없이 바람 없이
뿌리 깊은 나무로 살고자 한 맹세는
허튼 맹세이고 마는가!
어느 날 갑자기 길을 잃고서
가지따라 뻗쳐 가면
그저 즐거웠던 나날
달과 별과 해를 잃고
하늘 없이 어떻게 살아 가고 있는지
이 그루터기가 죽은 빛이 아니니
뿌리도 죽기야 했으랴
흙이 되가야 했으랴.
그 가슴에 검은 상장이 오늘 아침 나는 아프다.
이렇듯 궁금한 것이 많아
때로는 자라지 않을 때도 있다
궁금한 시간에 멈춰진 채로
자라지 않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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