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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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결국 예수의 하나님 나라의 복음과 같은 복음을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바울은 ‘칭의’, ‘화해’, ‘성화’, ‘입양’ 등 인간이 죄 용서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회복됨
            을 나타내는 언어로 복음을 선포하되, 우리가 방금 로마서 1:3~4/15:12; 8:31~39; 16:20;
            고린도전서 15:23~28; 골로새서 1:13~14에서 본 바와 같이, 창조주 하나님의 나라가 사탄
            의 나라를 멸망시켜 간다는 묵시적 틀을 가지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께서 하
            나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면서 죄인들의 회복에 집중했지만, 사실은 그것 자체가 사탄의 나
            라를 허물어 가는 것으로 이해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예수께서 병자들을 치유하고 귀신을
            쫓는 것을 이 땅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힘으로—누가복음에 의하면 ‘하나님의 손가락’으
            로, 마태복음에 의하면 ‘하나님의 영’으로—강한 자인 사탄을 묶어 그의 포로로 잡혀 있는
            사람들을 석방해 가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그것을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실현의 증거로 제
            시합니다(마 12:22~30/막 3:22~27/눅 11:14~23). 제자들이 하나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들을 치유하고 돌아와서 자기들이 귀신들도 정복했다고 하자, 예수께서 사탄이 하늘
            에서 떨어지는 걸 봤다고 합니다(눅 10:17~18). 이처럼 예수는 한편 하나님 나라의 묵시적
            큰 틀을 유지하면서, 사탄의 나라에 대한 하나님 나라의 승리를 죄인들의 회복, 구원에 초
            점을 맞추어 설명했습니다.
            이 점은 주기도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나라가 임하게 하소서”와 “우리를 이제
            사탄의 시험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그 악한 자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소서”가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는데, 그 사이에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와 함께 “우리 죄를 용서 하
            소서”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는 하나님이 사탄의 나라에서 우리를 건져 내
            어 죄 용서와 생명 주심의 은혜를 베푸시는 것입니다. 예수는 죄인들을 불러 하나님 나라
            로 회복시켜 그 구원을 누리게 하는 데 자신의 사역을 집중시켰습니다(마 9:13/막 2:17/눅
            5:32; 막 2:15~17pars; 마 15:24; 눅 15:1~32; 19:1~10; 마 11:19/눅 7:34; 참조. 마 8:11/눅
            13:29; 마 14:25pars). 그는 사탄의 나라에서 돌이켜(회개하여) 하나님 나라로 들어온 죄인
            들과 자주 잔치를 나눔으로써 종말의 하나님 나라에서 누릴 구원을 시위(示威,
            demonstration)하며 그들로 하여금 그것을 선취(先取)하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는
            적대자들로부터 ‘탐식하는 자요, 술 좋아하는 자이며 죄인들의 친구’라고 욕까지 먹은 것
            입니다(마 11:19/눅 7:34). 이렇게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여 사탄의 나라를
            박멸해 가는 것은 죄인들을 사탄의 나라에서 건져 내어 하나님 나라로 회복시키는 것이었
            습니다. 이것을 부정어로 말하면 사탄의 나라를 극복하는 것이고, 긍정어로 말하면 하나님
            의 통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죄 용서와 죄인들의 회복/구원으로 나타납니
            다.
            예수께서 선포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받아들여(즉, 믿어) 사탄의 나라에서 건짐을 받고
            하나님 나라로 회복된 죄인들은 죄가 용서된, 의로운, 거룩한(하나님께 바쳐진, 속한) 하나
            님의 백성이 됩니다. 그것을 두고 바울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는 죄인들이 칭의 되고, 성
            화되고, 하나님의 자녀들로 입양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수는 그렇게 하나님 나라로 회
            복된 자들에게 하나님의 부요함을 상속받고 그의 충만한 잔치에 참여한다는 그림으로 장
            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구원, 곧 ‘영생’(신적 생명)을 약속하였습니다(또 탕자의 비유를
            생각하십시오). 마찬가지로 바울도 칭의 되고, 성화되고, 하나님의 자녀들로 입양된 신자들
            에게 하나님의 무한한 부요함을 상속받아 하나님의 형상을 얻고(하나님같이 되고), 하나님
            의 영광(하나님의 신성에 참여)을 얻으리라고 말합니다. 즉, 칭의 되고, 성화되고, 하나님의
            자녀들로 입양된 자들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회복된 자들이므로 이제 창조주 하나
            님의 무한한 자원을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에(또는 그것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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