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양영숙 작가 e-book 2022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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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비평문
동양화의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문인화가 아닐까요?
양 영 순
우리나라 고유 미술의 한 장르인 문인화의 기준 니다. 그는 문인화를 그리는 방법론을 간단히
은 누가 그림을 그렸느냐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명합니다.
현대의 문인화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화법(畵法)을 따라 배워서는 안 되고 서화는
조선 후기까지 왕성하던 문인화는 정점을 이루 가슴속에 청이고 고아(淸高古雅: 맑고 고결하
었던 작품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입니다. 그러 며 예스럽고 아담하다) 한뜻이 있어야 하며, 그
나 玄洞子(현동자) 안견의 경우는 문인화로 인 것이 ‘문자 향’과 ‘서권 기’에 무르녹아 손끝에
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세종의 셋째 아들 안 피어나야 한다는 지고한 이념 미의 구현에 근
평대군(安平大君)의 의뢰로 [몽유도원도(夢遊 본을 두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桃源圖)]를 그린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양
그의 예술은 조희룡(趙熙龍), 허유(許維), 이하
반보다 낮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비록 도화원
응(李昰應), 권돈에게 그대로 영향을 주었습니
의 화가였지만 문인화로 칭하지 않았습니다. 반
다.
면에 추사 김정희의 작품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
인화로도 당대에도 현재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 화법을 무시해도 그림이라는 추사 김정희 놀
의 신분이 문과에 급제한 벼슬아치였고 북학파 라운 설은 동양화론에서는 아방가르드(avant-
의 박제가 대학자의 제자이기도 하였기 때문입 garde) 합니다.
니다. 신분이 안견과는 다른 양반이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歲寒圖(세한도)>에서 확연히
그래서 그의 그림은 문인화라고 인정되었고 부
그의 문인화에 관한 이론을 볼 수 있습니다. 소
르고 있습니다. 시대적인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
나무와 입체감 없는 건물에 창문도 없는 오로
다.
지 혹독한 자신의 왕에게 버림받은 소외감만을
그러나 추사 김정희의 화법 정신은 문인화라는 표현하였는데도 이 작품을 보는 이들은 강렬한
개념(Concept)을 이해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습 느낌을 받습니다. 파격적인 표현으로도 그림이
Y AN G Y OU N G S OO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