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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화 산






                                     세종대왕께서 즐겨 찾던 곳 중랑천

                                         맑고 나지막한 천에 다다르면
                                어머니 가슴 같은 완만하고 나지막한 능선

                                          봉화산이 가슴 가득 안겨와

                                           한 시름 잊게 했을 것이다




                                    산 아랫동네엔 조선시대 지 필 묵 중

                                          먹을 생산해 얻은 지명 먹골

                                  내 어린 시절은 봉화산을 둘러싸고 있는
                                   배나무 밭 배꽃무늬 드리운 하늘빛과

                                 민들레 꽃 자수 깔린 동산을 뛰어 다니고

                                            계곡마다 물이 넘쳐흘러

                                              빨래터가 된 봉화산은

                               동네 여인들 삶의 넋두리 풀어 흐르던 자리







                                  산허리를 돌아 꼴딱 넘어가는 등교 길은

                                                내 마음 닮은 친구
                                          바위틈 수줍게 핀 진달래와

                                            구불구불 걸어 오르던 길

                                                 성인이 되어 보니

                                    봉화대까지 단숨에 오르는 정겨운 산

                                       이제는 배꽃 민들레꽃 동산 대신

                                          허리춤에 아파트 밸트 차고

                             갈급한 도심의 영혼들을 달래 주느라 애쓰누나








                                                        작가 서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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