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서미정_시집 e-book pdf 210624
P. 15
봉 화 산
세종대왕께서 즐겨 찾던 곳 중랑천
맑고 나지막한 천에 다다르면
어머니 가슴 같은 완만하고 나지막한 능선
봉화산이 가슴 가득 안겨와
한 시름 잊게 했을 것이다
산 아랫동네엔 조선시대 지 필 묵 중
먹을 생산해 얻은 지명 먹골
내 어린 시절은 봉화산을 둘러싸고 있는
배나무 밭 배꽃무늬 드리운 하늘빛과
민들레 꽃 자수 깔린 동산을 뛰어 다니고
계곡마다 물이 넘쳐흘러
빨래터가 된 봉화산은
동네 여인들 삶의 넋두리 풀어 흐르던 자리
산허리를 돌아 꼴딱 넘어가는 등교 길은
내 마음 닮은 친구
바위틈 수줍게 핀 진달래와
구불구불 걸어 오르던 길
성인이 되어 보니
봉화대까지 단숨에 오르는 정겨운 산
이제는 배꽃 민들레꽃 동산 대신
허리춤에 아파트 밸트 차고
갈급한 도심의 영혼들을 달래 주느라 애쓰누나
작가 서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