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오산문화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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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VOL. 60  osan culture





                산발머리 양버들 울타리로 싸이어                       남촌 사과밭 열매가 석양에 익고
                검은 양철지붕 큰 도수장간이                         양장집 누에가 비단 집 지을 때

                윗동네 한복판에 홀로 섰을 때                        곳곳 매가리간엔 소로 마차로
                무너진 콘크리트 큰 다리가                          벼가마가 산에 산을 이루었고
                통나무 기둥 다리이었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벼멍석이 깔리고
                오산내 그 물이 섬둑가에 얼어붙고                      그 큰 가마장이 아랫장에 섰을 때
                그 큰 쇠장이 섬둑 거리에 섰을 때                     누런 벼 멍석 위엘

                검푸른 하늘 흰 눈벌판 위를                         검은 까마귀 떼가
                시커먼 까마귀 떼가                              훨훨 날아들었다
                까옥까옥 날았었다
                                                        박동 박후작(朴候爵)집 복사밭 개나리 노랗게 피고

                한여름 몇 번 장마 붉덩물로 싸이어                     보리밭 위 창공에 종다리 솟구칠 때
                시달래 오막살이 집 한 채가                         곳곳 앞뒤 도랑엔 맑은 물이 흘러
                사과밭 섬 속에 오똑 섰을 때                        피라미 붕어떼 떼에 떼를 이루고
                새탓말 새 학교 터가 똥집 사과밭이었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봇삼군이 몰리고
                밀머리는 장마물로 바다가 되고                        넓은 들 운암들에 햇모가 파아랄 때

                사과 배 뽕밭이 섬 안에 있었을 때                     아지랑이 봄 하늘엔
                궂은 하늘 붉덩물 위를                            검은 까마귀 떼가
                시커먼 까마귀 떼가                              짓궂게도 넘나들었다
                까옥까옥 날았었다                               궂은 날 장안날엔 까마귀 떼는

                                                        도수장간 양버들 위에 우지져댔고
                                                        암산 화장터에 불꽃이 인 날엔
                                                        철다리에서 까옥까옥 울어댔었다.


                                                        얄궂은 까마귀는 간 데가 없고

                                                        까악까악 까옥 소린 사라졌건만
                                                        들고 날고 이십 년에 설음만 느니
                                                        나 뛰놀던 날 옛날이
                                                        더욱 그립다.




                                                        구건(具建)
                                                        1920~1975, 시인, 수필가, 오산중·고 교사.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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