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오산문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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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미령 쉼터 | 시감상
잃어버린 시
박효찬
찻길엔 버스가 다니고 쓰레기 차는 골목길에서 모른다 산고를 치르듯 주섬주섬 주운 낱말이 가
허물을 줍는다 노동자는 새벽길을 닦으며 폐지 치를 논의할 대상이 사라져버린 지금, 책꽂이가
를 줍는 할머니 손수레가 새벽을 밝힌다 돋보기 사라지고 핸드폰이란 감성도 지성도 없는 괴물이
를 쓰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다 고개 든 담배 연 머릿속을 온통 사막으로 만들어 달콤하고 감미로
기에 현관으로 들어선 햇살이 잠들지 못한 죄인 운 입맛을 찾는 세상이다 냉엄한 소리에 고루하
처럼 쪼그리고 앉은 여자를 나무란다 어두운 그 다고 말하는 여자는 밤새 사라져버린 시어에 애
림자를 등짐으로 짊어진 대가는 빈곤에 찌든 옷 착증세를 보인다 귀천한 천상병시인을 기억하며.
자락에 묻은 때를 털어낼 뿐, 그마저 사치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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