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오산문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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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VOL. 59 osan culture
독산성으로
소풍을 가다
우리 집 방 천장 위에 독산성 나무들과 바람과
풀잎이 이사를 왔다 점심으로 김밥 먹던 돗자리
틈에 붙어서 따라왔는지 햇볕이 따가워 찡그린
주름 사이에 꼽사리 꼈는지 눈 앞에 아른거린다
지팡이를 짚고 오르던 백제의 숨을 쉬고 있는 돌
담 넘어 아득하게 보이는 언덕 바람이 실어온 내
음 코끝에서 끙끙대며 임진왜란 성벽 안 말(馬)
들이 쌀로 목욕하던 모습과 저 구름 밑에 소총을
들고 기다리는 일본군도 보았다 조선 시대 군인
들에게 항복하고 돌아선 발자국들 쌤통이다 하
고 비웃기도 하고 굽어본 하늘가 아랫동네 항구
지리 내천의 아름다운 곡선에 넋 놓고 바람에게
모자도 벗었다 잃어버린 내 머리카락이 자꾸만
바람이 부른다.
박효찬
2007년 월간 시사문단 시로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현)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회장
저서 : 시집 [갈밭의 흔들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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