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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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달빛 자리_65.1x45.5cm_순지에 분채_2025                  작은 방_72.7x53cm_순지에 분채_2025








        글 : 박소은 작가노트
        우리의 정서 속에는 언제나 ‘흥(興)’과 ‘정(情)’이 공존해왔다. ‘흥’은 생의 에  ‘정’은 내면의 서정, 관계와 기억의 감성을 세밀한 색감과 시선으로 담아
        너지이자 내면의 리듬, 존재를 움직이게 하는 예술적 감흥의 원동력이다.         낸다.
        반면 ‘정’은 그 에너지가 머물며 관계와 기억 속에 스며드는 감정의 결이며,
        공동체적 유대의 정서적 언어이다.                              이 두 축은 각각의 세계를 향해 열려 있으면서도, 화면 안에서는 다시 하나
                                                        의 조화로운 리듬으로 귀결된다.
        이 두 감정은 상반되어 보이지만,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화(和)’라는 조화
        의 미학으로 수렴한다. 동양철학에서 ‘화’는 단순한 절충이나 균형이 아니        전통 재료와 기법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화(和)’의 정신을 구현한다. 채색은
        라, 서로 다른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결을 유지한 채 충돌하지 않고 어우러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진동을 색의 농담과 결 속에서 시간과 감정,
        질 때 비로소 피어나는 ‘차이의 아름다움’이다.                      기억이 겹겹이 쌓인 중첩의 산물이다. 이는 현대의 감각과 색채를 결합함
                                                        으로써 과거의 미감이 오늘의 정서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K-컬처로 상징되는 한국의 예술 역시 이러한 정신 위에 서 있다.
        K-pop의 폭발적인 리듬 속에는 ‘흥’의 생명력이, 발라드의 서정과 팬덤 문      ‘흥’의 화면에서 느껴지는 생의 진동과 색의 리듬, ‘정’의 화면에서 스며드
        화 속에는 ‘정’의 감성이 흐른다.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 동양과 서양     는 서정과 정지된 시선은 서로의 세계를 비추며, 결국 하나의 감정의 파동
        이 공존하는 오늘의 한국 예술은 바로 이 ‘흥’과 ‘정’의 조화에서 비롯된 감     “높은 흥, 깊은 정”으로 귀결된다.
        정의 진동이다.                                        이 조화의 미학은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한국 예술이 지닌 정신적 구
                                                        조, 관계 속의 존재, 차이 속의 어울림, 시간 속의 생동을 드러낸다.
         이 전시는 그러한 ‘흥’과 ‘정’의 공존,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화(和)’를 주제  그 속에서 우리는 전통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화(和)’의 정신, 즉
        로 한다. 작품 속의 ‘흥’은 생명력과 운동성의 언어로, 한국인의 몸과 리듬,     K-아트가 지향하는 삶과 예술의 융합, 감정의 공명, 그리고 동시대성을 담
        축제의 감각을 시각화한다.                                  은 한국 미학의 리듬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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