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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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잔상, 31.7x41cm, Oil on Canvas, 2024




            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물을 통해 특별함에 대한 차별적 지점을 작업으       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그의
            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누구든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저서 <물질과 기억>에서 “지각은 결코 현재적 대상과 정신의 단순한 접촉
            일 수 있는 혼례에서 약속의 상징물인 목기러기가 이후 삶 가운데 늘 기억        이 아니다. 지각에서 항상 그것을 해석하면서 완결시키는 이미지-기억들
            되는 특별한 물건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사물 이미지 자체가 특별한 시간과        이 배어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현재의 순간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
            시간의 저장소가 된다고 보고 이를 작업화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니라 과거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으며 현재는 이로부터 해석될 뿐만 아니라
            작가는 기러기에 대해 연상하도록 만드는 보리밭이나 실내의 특정한 공간          과거 현재 미래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얽혀있는 구조임 밝힌 바 있다. 인간
            역시 그러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는 컨택트가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         이란 시간의 흐름속에서 과거의 기억과 경험으로부터 현재를 해석하고 미
            같다. 그래서 작가는 상징물로서의 목기러기와 함께 기억을 불러오는 현실         래를 상상하게 되는 존재임을 정의해 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
            속 공간을 작업 가운데 오버랩 시킴 으로서 기억들이 상호작용하며 소환되         가에게는 목기러기가 단순한 전통혼례의 상징물만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
            는 공간, 과거로부터 현실을 해석하는 공간을 자신의 화폭 안에 그려내는         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을 정의하고 삶의 방향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는 시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적 모티브가 되고 있음을 작가의 작업방식 가운데 발견하게 된다. 작가
                                                            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삶의 지표가 되는 세계를, 그리고 그것과 연결되는
            작가는 이와 같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그의 작가노트에서 “시간 속의 삶”        기억의 잔상들을 자신의 작업에서 전해주고자 했던 것이다.
            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바 있다. 이러한 관점은 작가에게 현재의 삶이란 과
            거 기억 속 사건들과 연결된 것 이였기에 시간은 과거로부터 흘러서 현재         특히 이번 전시에서 발표되는 작품들은 풍요로운 삶의 염원이 담겨있는 황
            를 이루는 토대이기도 하고 마치 일종의 레이어 처럼 현재의 순간과 겹쳐         금들녘의 기억의 잔상과 전통혼례에서 사용해온 물건들을 현대적인 시각
            져 현재 상황을 해석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작        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순수미학의 모더니즘적 사고인 “시간 속의 삶” 개
            가의 시각에서 볼 때 일상의 삶 속에서 기억으로부터 소환되는 여러 가지         념을 반영해, 파편적인 형태로 표현했다.
            의미의 층위와 가치의 층위를 읽어가게 된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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