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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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데 어찌 그들이 우리의 속내까지 헤아릴 수 있겠나. 그것 또한 우리네의 운       늦잠으로 일정을 망치는 일은 없었다. 아침과 저녁 9시 외에는 듣는 경우가
            명인 거였다.                                         드물었다. 하루 꼬박 다섯 번 올리는 기도 시간이지만 외물에 마음을 두고 새
                                                            로운 것을 탐닉하느라 귀에 담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스탄불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대와 현대, 기독교와
            이슬람교,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골고루 섞여 있어 다채로웠기 때문이다. 도       그 어느 곳에서보다 이곳 이스탄불은 큰 도시인 만큼 자미의 숫자도 많았다.
            시 곳곳에는 기원전부터 그리스, 동로마, 오스만제국에 이르기까지 화려했던        그런 만큼 해 뜨는 시각에 맞춰 여기저기서 읊어대는 ‘아잔’ 소리가 고막을 뚫
            지난날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성당과 모스크가 세월의 이정표처럼 솟아        었다. 명확한 시간이 없는 기도 시간 때문인지 간발의 차이로 여기저기서 경
            있는 고색창연한 구시가지의 유적지를 거닐다 보면 과거의 찬란한 역사가 여        쟁하듯 ‘아잔’이 시작되었다.
            전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목소리도 제각각 특성이 있고, 이른 아침이라 목소리가 트이지 않았는지 걸
            여기에서도 아침은 당연하다는 듯 강제 기상이었다. 여행의 첫날 밤. 도착지       걸한 탁음에 “큼. 큼” 목 다듬는 소리까지 여과 없이 들렸다. 눈을 감은 채 귀
            였던 셀축의 숙소 바로 뒤편에서 갑자기 이상야릇한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를 쫑긋해 감별사 노릇을 하며 순위를 정하기도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
            우렁차게 들려왔었다. 생경한 이 소음에 놀라 눈을 두리번거리다 우리나라         거니 받거니 목청을 높였다 낮추었다, 사이사이 쉬어가다 리듬을 타며 경쟁
            시골 마을처럼 동네 방송을 하나 했다. 다음날 주변을 둘러보다 비로소 기도       하다시피 읊을 땐 “헉!”하고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오곤 했다. 그들의 아침 기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도 시간은 튀르키예에 머물며 일상처럼 배어든 알람이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이 아잔 소리는 어디에서나 우리의 아침 기상을 책임        톱카프 궁전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운이 좋았다. 점심시간, 아잔이 울려 퍼지
            졌다. 피곤하든 말든 상관치 않고 귓가를 때리듯 울려 퍼지는 아침 기도 소       는 순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듣고 볼 수 있었다. 무아딘은 높다란 단
            리는 이슬람 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내게는 그저 신기하고 요상한 소리일 뿐        위에 앉아 마이크에 대고 코란을 낭송하고 있었다. 그 아래를 지나던 나는 무
            이었다.                                            심코 위를 올려다보다가, 하필 그 순간 눈이 딱 마주쳤다. 그의 눈빛도 순간
                                                            놀란 듯 멈칫했고, 나 역시 당황해 얼른 시선을 피했다.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
            아잔 소리는 듣다 보면 한이 서린 읊조림 같기도 하여 스산한 기운마저 느껴       오른 채, 그 자리를 도망치듯 벗어났다.
            졌다. 매일 같이 거듭되자 불편하면서도, 기도 시간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을
            때는 ‘왜 시작을 안 하지? 목소리가 맑을까? 리듬은 잘 타나?’ 궁금해지기까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기도로 채우고 비우는 그들의 삶은 멋져 보였다. ‘참
            지 했다. 묘한 중독성이 있는 아잔이었다. 그 덕분에 모스크에 들를 때면 자연     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종교를 떠나 고유한
            스레 종교의식에도 관심을 두고 관찰했다.                          문화의 아름다움과 사유가 각자 마음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매개체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 동네 교회에서 울리던 “뎅그렁~” 새벽 종소리가 그리워지
            어느덧 깜깜한 이른 새벽에 듣는 기상송 아잔은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다. 부       는 순간들이기도 했다.
            지런한 여행객이 되게 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 쏘다니느라 아무리 지쳐도
                                                            많은 사람들이 낚싯대를 던져 물고기를 낚고 있던 갈라타 다리에서 바라본
                                                            모스크들의 첨탑과 검정 부르카를 입고 걸어가는 여인들이 눈길을 끌던 그
                     •《한맥문학 》 등단                            곳. 알라딘이 당장이라도 타고 날아오를 듯한 화려한 카펫이 마음을 사로잡
                     •전남일보 에세이연재 (전)                        은 현대와 전통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스탄불의 기억이 생생한데 아잔 소
                     •《광주문학》 편집위원(현)                        리가 들리지 않아 아쉬운 아침이다.
                     •<광주매일신문> 무등산문학백일장-종합대상 수상
                     •월간 《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중(2022.12 ~)
                                                            메르하바 이스탄불. 다시 보자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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