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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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송운2 60.6×72.7cm 수묵 한지 canvas 2025 소수서원 소나무1 702.7×92.9cm 수묵 한지 canvas 2025
게 한다. 물과 먹의 균형은 전통 수묵화의 원칙을 따르되 그 표현의 자유로움 되는 일상에서 인간의 굴레를 공감하고 비로소 자연과 소통할 때 내가 주체
과 현대적인 해석이 작가의 미적 감수성으로 전달되어온다. 일 수도 있고 나아가 자연이 주체가 되어 나를 바라볼 수도 있다. 주체와 객
체가 하나 됨의 물아일체(物我一體)는 사물과 나의 경계가 사라져 버린 상태
“송파 주변의 몽촌토성과 올림픽공원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제법 많은 소나 그대로 받아들여져 존재하여 감각을 벗어난 초감각의 세계로 스며드는 통로
무가 군집해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울창한 송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서 가 될 것이다.
울 시내에서 굵은 송림을 본다는게 즐겁지 아니할 수가 없다. 숲속에 묻혀 송
림을 이룬 모습도 있지만 눈에 띄는 건 주로 길가에 나온 조경수이다. 그중에 자연은 때론 경쟁하고 투쟁적이지만 거대한 변화 속에서 공존하고 상생하는
서도 유독 '정이품송 장자목'이 있어 관심이 갔다. 속리산 정이품송의 솔씨를 이타적인 순환의 질서를 보여줌으로 우리 모두에게 울림을 주고 깨달음을 주
받아 인공교배 후 2009년 서울올림픽 공원 88마당에 식재했다. 또한 공원 주 는 부분을 읽을 수 있다. 이 아름다운 자연계의 다큐멘터리에 감동하고 작가
변에는 세계 거장들의 다양한 조각 작품이 있어 감상하는 기쁨도 쏠쏠하다. 도 같이 그들이 되고 자연 속에서 물아(物我)가 하나 되는 체험을 쌓아가며, 환
분당의 탄천과 불곡산 주변의 정경과 교감하며 아파트와 가로수 정경을 담아 경에 대한 감수성으로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떠난 시각적 기억을 찾아가고자
내던 때부터 마포 성미산과 궁동산, 홍제천의 정경에 반해 산으로 들로 스케 한다. 어쩌면 작가에게 있어서 이것이 몰입일 수 있고 일상의 소중함과 환경
치 다니던 때, 그리고 지금의 몽촌토성 일대의 풍경을 따라가는 모습을 생각 을 포함한 주변을 사랑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해 보면 우리가 환경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정서적 교감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다. 때로는 내 울타리를 벗어나 먼 여정을 통해 많은 감성과 catharsis의 정 박창열 작가의 현대수묵 회화는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깊이 있는
화를 얻기도 하지만 삶의 중요한 부분은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 아닐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 작가의 필선으로 태어난 화폭 안의 소나무는 단순
까? 생각해 본다.” 한 자연 묘사를 넘어서 생명의 강인함과 정신성의 상징으로서 작동하며 수묵
-2025 소나무예찬 박창열- 특유의 여백과 농담의 미학을 통해 깊은 울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작가가
천착해 나가는 현대수묵회화는 전통적 수묵 기법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
박창열의 현대회화로의 접근은 선으로 시작된다. 석도(石濤) 화론의 一劃論은 적인 미감을 통해 관람자에게 깊은 정서적 공감과 철학적 성찰을 불러일으켜
태고의 무법에서 하나의 선으로부터 법이 나타나는 일획을 중시하였는데, 역 준다. 오랜 시간 자연을 관조하며 체화된 내면의 풍경이 화면 위로 스며드는
으로 자연의 형상(形相)을 하나의 선으로 응축시킨 추상성을 암시하기도 한 작가의 창작 세계는 단순한 회화 작품을 넘어 ‘마음을 스쳐가는 송운’으로 심
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을 중시하는 것은 선이 평면에서 드러내 연 속에 자리하기에 충분하다.
는 형태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동기창의 서화동원론의 근본은 결국 획(劃)
으로 모아지고 나아가 석도의 심획(心劃), 심화(心畫)로 이어진다, ‘마음을 긋
는다’는 것에서 심상의 표현 의지가 그림의 출발이 된다고 본다. 때문에 그리
참고자료
는 마음에 무엇이 있었는가는 오랜 세월 누적된 개인의 성정에서부터 순간의 2025. 박창열 작가노트 중 일부 발췌
감흥까지 많은 체험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 개인이 가지는 심상 속에는 반복 2024.9 김재덕 컬럼 (복제(simulacre)된 形像의 言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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