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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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가리_종이에 흑연_1x3cm_2014
(출처: 부산시립미술관)
쉬잉쉬잉_종이에 흑연_120x84cm_2019 새 대가리 전시 장면(출처: 부산시립미술관)
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의 분산은 낱장 을 단순한 평면적 이미지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공간 속에 놓인 오브제로 바라
의 드로잉이 서사적 연결을 통해 하나의 장면으로 재구성되는 과정과 긴밀하 보며 그 변동하는 공간성을 체감하게 된다. 이는 내 유년 시절 유치원 가방 가
게 맞물려 있는데, 여기에는 작가가 전시 작가 인터뷰 ENG에서도 언급한 바 득 500여 벌의 종이 인형 옷을 정성스레 만들어 방안 곳곳에 나풀거리도록 걸
있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개입되어 작품 전반에 감정과 시간 어두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나풀거리며 매달린 종이 옷들에 공간을
성이 응축되었다가 흩어지고 다시 변형되어 만나는 순환적이고 유동적인 정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부여했는데, 김미래 작가의 전시 공간 속에서 흔들리
서적 구조가 배경에 자리한다. 는 종이 형상들 역시 각자 자리한 위치에서 관람자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이며 유사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리를 수호한다. 이는 ≪훈련소
김미래 작가의 드로잉은 감각적 촉발을 통해 관람자의 지각을 흔들며 단일한 ≫(종이에 흑연, 나무/12x24x4cm/2012)에서 특별히 더 공감도가 커진다. 곳
해석을 거부하고 복수적 의미망을 형성한다. 연필이라는 매체의 섬세한 질감 곳에 배치된 망원경은 관람자로 하여금 자칫 놓치기 쉬운 형상들을 스스로 찾
은 서사적 구조와 결합하여 시각적 서술의 흐름을 만들어내되 구체와 추상의 아내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탐색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장치는 관람자가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의미의 여백을 확장한다. 이러한 모호성은 감상자로 하 얼마나 세심하고 집요하게 전시 공간을 탐색할 것인지를 마치 멀리서 지켜보
여금 작품과의 해석적 거리를 유지하게 하며, 미학적 사유의 다층적 가능성을 는 작가의 시선을 연상시킨다. 앞으로 관람자들은 발견의 대상이 특정 지점에
여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한정되지 않고 전시 공간 전반에 정성스럽게 숨어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염
두에 두며 작가의 작품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서늘한 어둠 아래 먼지가 별이 되고, 오래된 바나나 껍질처럼 너덜거리는,
춤추는 지옥≫, ≪쉬잉쉬잉≫과 같은 작품 제목 역시 제목으로는 작가의 의도 김미래 작가의 작업은 일상 속 사소한 틈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
를 명확히 포착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알 듯 모를 듯한 의미가 다가가면 멀어 각을 제시하며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관람자의 관람 행
지고 멀어지면 다가오는 회피형 애착 관계처럼 해석을 유예한다. ≪새대가리 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전시 장치는 작가 특유의 감각적 시선과
≫는 연필로 강단 있게 드로잉한 형상을 오려내어 벽에 매단 작품으로, 평면 미세한 정서적 결을 드러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무심히 지나쳤던 틈을 매개로
매체를 입체적 전시 방식으로 전환한 작품이다. 관람자는 벽에 걸린 이 작품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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