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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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김미래 작가
일상의 틈으로 세상을 마주하다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서늘한 어둠 아래 먼지가 별이 되고, 오래된 바나나 껍질처럼 너덜거리는, 춤추는 지옥_종이에 흑연_120x168cm_2020~2025
부산시립미술관의 미술 생태계 균형화 프로젝트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김미래 작가는 일상의 틈새를 자신만의 미술로 전환하여 매 순간을 미술 실
2025>(2025.4.10.~7.6. 성곡미술관)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작가는 김미 천의 장으로 이끌며 익숙한 생활의 결을 새롭게 구성해 나간다. 작가는 출산
래였다. 홈페이지에 제시된 전시 설명을 보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과 더불어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의 조건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생
을 드로잉으로 시각화하며, 감정의 가변성과 서사적 특성에 주목하는 작가”라 활의 배경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창작의 동력으로 변환함으로써 자신만의 미
고 김미래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순간적인 감정보다는 장시간 축적된 술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작업의 출발점이 철저히 일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채집하여 이를 연출된 상황과 이야기 속에 녹여내며, 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작품은 오히려 일상의 안온함과는 거리를 둔, 지
평면과 목재 오브제와의 결합을 통한 형태적 변형을 시도함으로써 여성이자 극히 냉소적이고 불안하며 차가운 정서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서적
엄마, 그리고 작가로서 삶의 감정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듣는다. 전 전환은 작가의 작업이 지닌 모호하고 복수적인 양가성과 연계되는데, 작가의
시를 둘러보고 나가려던 순간 성곡미술관 관계자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다 작품에 대한 비평들이 바로 이 지점에 집중한다. 신지현 비평가는 작가의 작
가와 전시 공간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계단 난간에 숨 품에 대해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 모호성 그 자체를 시각화하는 일”이라고 평
어 있는 ≪쫄지마≫(종이에 흑연/13x9.5cm/2013)를 가리켰다. 그제야 이 전 하면서 “부재의 영역 안에 사적 감정으로 머무르겠지만 언제든 작업을 매개
시만의 독특한 공간 구성 속에서 내가 놓친 작품이 적지 않음을 깨달았다. 통 로 공적 발화의 주체가 되는 존재 가능성을 품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안진국
상적으로 벽면에 정돈되어 걸리거나 특정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과 달리, 김미 비평가는 “과거·현재·미래가 병존하는 비선형적 시간의 동시적 표출”이 작가
래 작가의 소품들은 예기치 않은 위치의 틈새에 설치되어 있어 관람자에게 세 의 양가적 정서 구조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러
심하고도 적극적인 관찰을 요구한다. 한 비평들은 작가의 작업이 일상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창작의
과정에서 해체, 재구성하여 감정의 다층적 구조와 시간의 복수적 층위를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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