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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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여수 흥국사 원통전 전경(출처 : 문화유산청 포털)

        관음보살도와 장 메칭거 (Jean Metzinger)                   살의 뒤에는 바위와 두 그루의 대나무,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과 파랑새가 그
                                                        려져 있다. 화면 왼쪽 상단에 그려진 파랑새는 공중을 날면서 관음보살 쪽을
        의 파랑새에 담긴 회화적 세계                                향하여 머리를 돌린 C자형의 동세를 취한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전남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無爲寺  極樂寶殿)의  후불  벽화로서  보물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1314호이며 1476년(성종 7)에 그려진 백의관음도에도 등장한다. 화면 왼쪽
                                                        아래에 특이하게 선재동자 대신 노비구(老比丘)가 흰옷을 입고 있는 관음보
                                                        살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벌려 손뼉을 치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그의 어깨 위에 파랑새 한 마리가 앉아 머리를 뒤로 돌려 관음보살을
        관음보살도(觀音菩薩圖)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을 고통에서 안락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 세계로 이끌어 주는 자비의 상징인 관음보살을 그린 불화로서 수월관음도        이 벽화 외에도 이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아미타여래삼존벽화(阿彌陀如來三
        (水月觀音圖), 백의관음도(白衣觀音圖), 천수천안관음도(千手千眼觀音圖) 등       尊壁畫)를 비롯해서 많은 벽화가 있는데 이에 대한 설화가 전해온다. 법당이
        으로 구분되며, 그 자세는 좌상과 입상으로 나뉜다. 좌상 형식은 수월관음도       완성된 뒤 한 노인이 찾아와 벽화를 그릴 테니 49일 동안은 절대로 안을 들여
        가 대부분이며, 『화엄경』 입법계품의 한 장면을 도상화한 것으로 대체로 파랑      다보지 말라고 당부한 뒤 그리기 시작하였는데 49일째 되는 날, 궁금함을 이
        새가 등장한다.                                        기지 못한 주지가 문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자, 노인은 간데없고 파랑새 한
        파랑새는 한자로 청조(靑鳥)라 하여 털빛이 파란 빛을 띤 영조(靈鳥)로서 행운     마리가 입에 붓을 물고 후불 벽화에 관음보살의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그리기
        과 자유, 희망의 소식을 전달하는 길조(吉兆)를 상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직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파랑새가 마저 완성하지 않고 날아
        러한 상징과는 달리 번식할 때 까치가 만든 둥지를 뺏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가 버려서 지금도 후불 벽화의 관음보살에는 눈동자가 없다고 한다.
        시끄러우며 성질도 사나운 편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관음보살의 화현(化現)으로 신성하게 여겼기 때문에 단청의 벽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설화가 전북 부안 내소사(來蘇寺)에도 전해온다. 법당을
        나 불화 등에 종종 파랑새가 그려졌다.                           건립한 후 단청과 벽화를 그릴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데 어느 날
                                                        한 노인이 나타나서 자신이 그릴 테니 대신 100일 동안은 절대 안을 들여다보
        파랑새가 등장하는 관음보살도를 찾아보자면 먼저 전남 여수 흥국사 원통전         아서도 안 되고, 아무도 들어와서도 안 된다는 약속을 하고 그리기 시작했다
        (興國寺 圓通殿)의 수월관음도이다. 2002년 보물로 지정된 조선 후기의 불화     고 한다. 약속한 100일이 다돼가도록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궁금함을 참지
        로서 1723년(경종 3) 의겸(義謙) 등 10 명의 화승(畵僧)이 비단 바탕에 그린   못하고 99일째 되는 날 이 절의 상좌(上左)가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보았는데
        작품으로 크기는 세로 224㎝, 가로 165㎝이다. 화면 중앙에 앉아 있는 관음보   놀랍게도 파랑새가 입에 붓을 물고 날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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