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P. 36

전시가이드 쉼터


        메르하바 이스탄불


        글 : 장소영 (수필가)











































        “지이잉 지이잉….”                                     이 함께 새겨진 도로 주변 건물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자아내고 있었다.
        혼곤한 잠에 취해 있는데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순간, 여기가 어디지? 생각
        해 보니 내 방이다. 안도와 동시에 곧바로 일어나지 못한 채 이불을 뒤집어썼      페리를 타고 트램을 이용하여 숙소를 찾아갔다. 이스탄불의 랜드마크인 블루
        다. 시차로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어 오전 약속에 늦을까 봐 알람을 맞춰 놓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중간쯤 위치한 숙소로 가려면 튀르키예 목욕탕인 하만
        았었다. 꼼지락거리는 동안 여전히 울리는 알람 소리가 “어서 일어나라.” 닦      을 지나야 했다. 캐리어는 고르지 못한 돌길에 “달~달~달” 요란스럽게 바퀴
        달한다. 바닥에 늘어진 몸 여기저기가 결리고 욱씬댄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      소리를 내며 불편한 소음을 주변에 뿌려댔다. 옮겨 딛는 다리도 여행 마무리
        비며 겨우 잠자리를 벗어났다.                                에 다다르니 묵직하고 팍팍하기만 했다.

        한 달여 아잔 소리에 아침을 시작했었다. 낯선 익숙함이 슬쩍 여기까지 함께       양편으로 즐비한 상가 앞에서 직원들이 “곤니찌와”, “니하오.” 제각각 인사를
        왔나 보다. 모처럼 듣는 전자기기의 알람 소리가 어색하다.                건넸다. 지쳐있었지만 이들과 첫인사를 나누는 이때만 해도 “안녕하세요~”
                                                        반응을 보이며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미처 몰랐다. 적어도 하루에 두
        이즈미르를 시작점으로 여러 지역을 돌고 돌아 계획했던 대로 마지막 여정         번씩얼굴을 익혔음에도 떠날 때까지 무한 반복으로 ‘곤니찌와, 니하오’가 반
        인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사회,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동서 문화 융합 장소      복될 줄은…. 비성수기라선지 호텔 방은 예약과 달리 업그레이드되어 넓었
        답게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자리한 도시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이스탄불         고 조식을 먹으러 올라가면 탁 트인 바다가 가까이 있었다.
        은 엄청난 규모였다.
                                                        주인아저씨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알고 보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로 이동하는 동안 보이는 바깥 풍경은 인구 1,500만       니 할아버지가 6·25 참전 용사라는 것이다. 마주칠 때마다 그 이야기를 꺼
        명이 거주하는 제1 도시답게 밀려가고 밀려오는 인파에 차량까지 여태껏 보        내니, 다른 나라 여행객들 사이에서 조금은 민망할 정도였다. 전쟁은 상흔
        아온 도시와는 다른 분주함 그 자체였다. 유럽식 건축물에 동양적인 문양         으로 남겨야 할 기억이지,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34
        34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