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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0년 12월 2일 수요일                                                                            책과 이야기





                                                                                                                                                                                                                                                                                                                           제6장 불우에서 부른 노래
                                        -경남정신의 뿌리-



                         남명 선비문화를 찾아서



                                                                                                                                                                                          김종간  향토사학자

                                                                                                                    이어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                                                                                                    함허정은 술 취한 노인들의 정자라

                                                                                                                                                                       자리 가득 어진 호걸들 함께 술이 깬다.
                                                                                                                                                                       빗물은 붉은 연꽃에 방울져 굽은 물가에 번득이고
                                                                                                                               함허정(涵虛亭) - 이 번 李藩                       바람 어울린 푸른 대는 깊숙한 정원에서 춤춘다.
            이어서>>>                                            행세하면서 은거했다. 사람들은 그런 곽재우를 일러 '                                   數日團樂作勝遊 수일단란작승유                          술잔 기울이는 곳에 금잉어 노닐고
                                                              전장에서 오래 떠돌더니 실성했다고 손가락질 했지
                                                              만 곽재우의 행동은 정권의 감시를 피하고, 자신의 목                                   二三佳客是名流 이삼가객시명류                          가야금 가락 어울려 오니 옥 돛대 멈추었네.
                                                              숨을 보전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정인홍 역시 비슷                                    邑因駕洛乾坤大 습인가락건곤대                          10년이나 늙은 얼굴로 성대한 잔치에 와
             지금 왜적을 평정한 것은 오로지 명군 덕분이다. 우리 장사들                한 상황에 처했었다. 임진왜란이 끝난 선조대부터 광                                    亭扁涵虛景物幽 정편함허경물유                          이름이 행복하게도 비단 병풍에 기록되었네..
             은 간혹 명군의 뒤를 쫓아다니다가 요행히 적 잔병의 머리를 얻               해군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반대자들은 '정인홍이 여
             었을 뿐 일찍이 적 우두머리의 머리 하나를 베거나 적진 하나를               전히 병력을 거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선조                                   砌竹池荷牽逸興 체죽지하견일홍
             함락시킨 적이 없었다. 그 가운데 이순신과 원균 두 장수의 해                                                                                                                        작가 전 경에 대한 기록은 찾지 못했는데, 글머리의 유
             상에서의 승리와 권율의 행주대첩(幸州大北)이 다소 빛날 뿐이                말년, 정인홍은 왕세자 광해군을 옹호하는 내용의 상                                    淸歌炒舞深煩愁 청가묘무척번수                          학(幼學)'이라는 표현으로 보아 벼슬하지 않은 선비로
             다. 만약 명군이 들어오게 된 이유를 논한다면 그것은 모두 여               소를 올렸다가 선조로부터 노여움을 사서 귀양길에                                      陳情亦恭華筵末 소용역첨화연말                          짐작된다. 동래부사가 적고 있는 매계(梅溪) 전자윤(全
             러 신료들이 험한 길에 엎어지면서도 의주까지 나를 따라와 명                오르는 수모를 맛보아야 했다. 국난 극복의 공로자인                                    滿眼詩篇愧不洲 만안시편괴불수                          子潤)이 아닐까? 시에서나이가 많음을 느낄 수 있다.
             나라에 호소했기 때문에 적을 토벌하고, 강토를 회복할 수 있었               의병장들에 대한 대접치고는 너무 심한 것이었다.
             다.
                                                              곽재우와 정인홍은 광해군이 즉위하면서 비로소 제                            여러 날 단란하게 경승에서 즐거운데
            위에서 선조는 임진왜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모든 공                      대로 대접을 받았다고 할수 있다. 광해군은 왜란 당시                         모인 가객이 모두가 풍류명사라.
            로를 명군에게 돌렸다. 정인홍이나 곽재우같은 의병                       직접 분조(分朝)를 이끌고 전쟁터를 누볐던 인물이었                          고을은 가락국 도읍지라 하늘과 땅이 크고
            장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던 까닭에 왜란 당시 주전파인 정인홍과 곽재우 두 의                         정자의 편액 '함허'라 경치와 더불어 그윽하다.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민족의 위인이자 '성웅(聖雄)'                     병장과 정서적으로 통하는 바가 있었다. 곽재우는 당                                                                                       함허정(涵虛亭) - 류여각柳汝格
            으로 추앙하고 있는 이순신의 공로조차 다소 빛날 뿐                      시 서북에서 준동하던 여진족을 막기 위해 서북병마                           섬돌의 대나무와 못의 연꽃이 흥을 자아내고,
            이다'라는 말로 인색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슬그머                      사 등의 관직에 제수되었고, 정인홍은 광해군 정권의                          맑은 노래 아리따운 춤은 번뇌와 시름을 씻어준다.                                       隣邑煩書札 인읍번서찰
            니 '왜적을 평정한 명군을, 자신과 자신을 따라온 조                     장로(長老)로서 영의정까지 역임했다. 광해군대 남명                          게으르고 못난 몸이 화려한 자리에 앉아                                             招尋勝會同 초심승회동
            정의 신하들이 불러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조의 말                      에게 영의정이 추증되고, 서울 등지에 그를 모신 서원                         눈에 가득한 시편에 부끄러워 노래못한다.                                            官池十日飮 관지십일음
            을 찬찬히 뜯어 보면 결국 자신과 조정의 신하들이 국                     이 건립되고, 그의 위패를 문묘(文廟)에 모시려는 운                                                                                           荷淨曉天風 하정효천풍
            난을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동이펼쳐졌던 것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서 가능했다.                          작가 이 번은 동래부사가 시서에서 언급한 낙강(落江)
            바로 이같은 분위기에서 조정은 의병장들을 견제했                        하지만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이 일어나면서                           이거원(李巨源)이다. 1675~1633년의 인물로 본은 전                                  幽賞知誰在 유상지수재
            고, 김덕령(金德) 같은 의병장은 '역모를 꾀했다는 구                    남명학파의 의병 활동은다시 한 번 평가절하되었다.                           주, 영릉참봉, 청하현감을 거쳐 선무원종공신에 녹훈되                                     襟期獨此中 금기독차중
            실을 뒤집어쓰고 처형되기도 했다. 사실 선조를 비롯                      인조와 서인(西人)들은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광해군                          었다. 광해군 7년(1615년)에 호조참판에 제수했으나                                    淸詩吟更遍 청시음갱편
            한 집권층에게 의병이란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였다.                     정권의 정신적 지주였던 정인홍을 처형했다. 남명의                           나아가지 않고 1626년 밀양으로 내려왔다.                                          陳述已成空 소적이성공
            조선 관군이 일본군에게 일방적으로 몰리고, 선조가                       고제이자, 남명 문하의병장의 대표였던 정인홍이, '이
            피난길에 올라 의주까지 쫓겨갈 때까지는 의병이 '고                      름을 훔치고 세상을 속였다' 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1627년 홍문관 부제학을 제수했으나 취임하지 않고 낙                     이웃 고을에서 편지를 보내와
            마운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명나라 군                    처형당한 뒤 남명 선생도, 남명학파의 의병활동도 정                          동강가에 정자를 짓고 자적했다. 이 시(詩)는 1629년                    좋은 모임 하고자 찾아 부르네.
            대가 들어오고, 전세가 역전되는 기미를 보이자 상황                      당한 평가를 받지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김해부사 조 즙의 초청으로 함허정에서 어울려 놀면서                       관청 연못에서 10일을 마시자니
            은 달라졌다. 정부는 본격적으로 의병들을 통제하려                       말았던 것이다.                                              지은 것이다.                                            깨끗한 연꽃은 새벽하늘 바람에 일렁인다.
            고 시도했고 이제 일부 의병장들은 '토사구팽(兎死狗
            之: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는 뜻)'을 당                                                                                      함허정(涵虛亭) - 전 경全殿                        그윽이 감상하는 이 뉘 있을까?
            하게 되었다. 의병장이란 '사냥개'는 일본군이란 '토                                       다음호계속>>>                                                                               가슴에 기약하며 홀로 품는다.
            끼'를 잡을 때까지만 효용성이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                                                                                     涵虛亭似醉翁亭 함허정사취옹정                          맑은 시를 읊으며 다시 돌아다니며
            은 아니었던 셈이다.                                                                                                       滿座賢豪共得醒 만좌현호공득성                          자취 찾아보니 이미 헛것이 되었네..
            남명학파의 의병장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곽                                                                                       雨滴紅蕖飜曲渚 우적홍거번곡저
            재우, 정인홍 등은 휘하에 가장 많은 수의 병력을 거                                                       김해일보                          風搖綠竹舞國庭 풍요녹죽무유정
            느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정권 차원의 감시
            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곽재우는 임진왜란                                                                                     尊傾傾處金魚動 존뢰경처금어동                                       다음호계속>>>
            이 끝난 뒤, 휘하의 병력을 전부 해산시키고 가야산                                                                                      琴韻調來玉桅停 금운조래옥외정                                                              김해일보
            에 들어가 곡기(穀氣)를 끊고 마치 도인(道人) 처럼                                                                                     十載古形添盛宴 십재고형첨성연
                                                                                                                              姓名何幸記羅屏 성명하행기라병



               2월 씨네마루 상영작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




                     27곡의 클래식 연주와 함께 떠나는 어느 가을날의 음악여행!
                      12월 3일 ~ 19일 김해문화의전당 영상미디어센터 시청각실

          김해문화의전당  영상미디어센터는  2020년  12월의  씨네                  리 콜의 감정이 변화하고 캐릭터 간의 관계가 발전됨에

          마루 영화로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를 상영한다.   따라  베토벤,  바흐,  쇼팽,  라흐마니노프,  슈베르트,  슈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감미로운 클래식 연주                       만, 리스트의 곡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며 영화를 더
          와 아름답게 빛나는 풍광을 배경으로 영국의 피아니스                        욱 풍성하게 만든다. 더욱이 2004년 몬트리올 콩쿠르의
          트‘헨리 콜’과 뉴욕의 평론가‘헬렌’이 함께 떠나는  우승자‘세르히 살로브’가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
          가을 음악여행을 그린 클래식 뮤직시네마이다.                            뷰>의 모든 피아노곡을 직접 연주해 작품성을 더욱 높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상영시간  96분간  베토                  였다.
          벤,  바흐,  쇼팽을  포함한  위대한  음악가들의  클래                   영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오는 12월 3일부
          식  연주를  27곡이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터 19일까지 매주 목, 금, 토요일 총 9회 상영되며, 자
          의  오프닝부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세한  일정은  김해문화의전당  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
          APPASSIONATA」이 흘러나와 관객들을 단숨에 콘                      (http://media.gas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트  현장으로  초대하는데  이어,  헬렌이  무대  공포증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던 헨리 콜을 돕기 위해 옆에
          앉아  「조르주  비제,  카르멘  “하바네라”」를  연탄곡                                                            김해일보
          으로 연주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헨                                           (http://www.gimha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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