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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고 혈압을 재면서 스킨십을 나누려는 의사들이 있다. 청진기 길이만큼 멀어진 거 리를 조금이라도 가깝게 하려고 입과 귀가 달린 청진기로 허파와 심장과 이야기 하려 는의사들이있다.나는그런청진기를따스 한 목청과 고막을 지닌 ‘말하는 청진기’라 부 른다.
말하는 청지기
밤새 흰 가운 품에서 입속말을 하더니/ 슬며 시 말문이 터졌다/ 쿨럭 대는 발자국이 진 료실에 들어서/ 손목에서 가슴을 열면/ 박동에 맞추어 말을 시작한다
새벽 찬 바다에서 오는 길이군요/ 도중에 들 꽃에 취해 서녘 끝까지/ 노을을 지나치게 마 셨나봐요/ 손대는 곳마다 노을이 묻어나/ 기 침마다 붉은 체온이 터져
시들은 햇볕의 수군거림이 식어가네요/ 더 식기 전에 체온을 드려야겠어요/ 제 길이보 다 더 멀어질까 두려워/ 구푸린 입과 귀/ 그 목청과 고막의 체온을 내어 드리지요
자, 숨을 깊게 내들이세요/ 한바탕 소나기 꽃밭을 지나/ 우레 소리 꽃망울로 벙글고 슬며시 움돋는 따스한 목청
원고를 보내고 며칠 후 신문사 담당자 가 한 가지 제의를 했다. ‘「말하는 청진기」와 같이 따뜻한 시를 외우고 소리 내어 읽으면 건강에 이롭다는 해설을 보태면 좋겠다.’ 머
뭇거림 없이 글이 보태졌다.
“시를 읽고 쓰고 낭송하는 것은 건강에
큰도움이된다.마음과정신을추슬러시를 구상하고, 시심(詩心)을 퍼 올려 시를 쓰고, 정신을 가다듬어 열심히 외우다보면 우선 인 지기능이 좋아진다. 또한 이러한 시적 활동 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복잡한 마음을 추슬 러 힐링의 원천이기도 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턱을 당기고 큰 소리로 시를 읽다보면 입안에 단침이 고이고 호흡이 깊어진다. 침 은구강질환예방과소화력향상에중요한요 소이다. 그리고 호흡이 깊어지면 림프액 순 환이 원활해지면서 면역력이 한층 높아진다. 림프액은 세균·바이러스 같은 이물질과 종양 등을 방어하는 작용을 한다. 림프액이 제대 로 돌지 않으면 질병에 취약해질 뿐 아니라 몸이 붓기도 한다. 혈액은 심장이 돌리지만 림프액은 강한 호흡작용으로 순환한다.”
새해엔 진료실 그리고 세상 곳곳의 모 든 만물이 ‘따스한 목청’을 가졌으면 좋겠다.
▶ CM병원내과교수 대한노인병학회장 유형준
시니어의학칼럼ᅵ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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