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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 畵
영화 movie
하
동 윤쓰다
버려진 땅, 빛과 영혼의 사막
초록영화제...6
헤아릴 수 없는 그리움
칠레북부에는아타카마사막Desierto de Atacama/Atacama Desert 이있다.사막의뜻은“연중강수량이적은 데 비해 증발량이 많아 초목이 거의 자랄 수 없는 불모의 토지”이며, 일반적으로는 건조지역 가운
데에서도 더 건조한 지역을 말한다. 사막이라는 영단어 ‘desert’는 ‘버려지다’라는 라틴어 ‘dosero’에서 유래하며, ‘버려진 땅’이라는 뜻이다. 아타카마 사막은 버려진 땅이라는 사막의 본래 의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타카마 사 막은 천체관측에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천체관측소가 세워져 있다. 아타카마 사 막에 위치한 천문대에서 시작하는 영화가 『빛을 향한 그리움』(Nostalgie De La Lumiere/Nostalgia for the Light, 2010)이다. 이 영화는 천체 망원경이 나오고 그 망원경을 통해서 곰보 같은 달의 표면과 아 름다운 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기에 얼핏 보면 천문학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 화로 생각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지리적 사실도 있지만, 가슴이 먹먹하고 저미는 역사 적이고도 맥락적인 의미도 있다. 이곳은 버려진 땅이기에 천문학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인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독재자 피노체트가 반체제 인사를 학살하고 은폐한 곳이기도 하다. 사막 위 에는 아름답고 찬란한 별과 천체가 보이지만, 사막 아래에는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사라진 사람들 의 시체가 묻혀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곳은 천문학과 고고학이 만나는 곳이자, 두 학문에게 역사 란무엇인지질문을하는곳이다.놀랍게도<칠레전투>의파트리시오구즈만Patricio Guzman 감독은이 영화에서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천문학과 칠레의 쓰라린 근현대사를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 다.
영국의역사학자E.H.카E. H. Carr 는‘역사는역사가와과거사실사이의상호작용의계속적인과정 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중세 이후의 근대는 여전히 중세적 사고와 관습 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또 오래 지속되었다. 근대 이후의 현대사회는 마찬가지로 근대적 사고와 관 습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근대적 사고와 중세의 것들이 남아서 지속된 것보다 훨씬 빨리 사라져 간 다. 그럼에도 각각의 시대는 서로 충돌하고 비판하면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
유럽의 근대사회는 다른 여러 가지가 발달했지만, 그 중에서도 과학과 경제가 특히 발전했고, 지금 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오늘날의 사회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예컨대, 직접 가지 않아도 세계 여러 곳의 소식을 알 수 있고, 대면하지 않고서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정보기술은 과연 우리에게 이익만을 가져다주었을까? 혹시 우리가 눈치 채지도 못 하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빼앗아 버리거나 잊어버리게 한건 없을까? 너무나도 많은 정보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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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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