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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단순한 이유이다. 그들은 자신의 가족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 그들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불편함을 이겨낸다. 그 어떤 귀찮음도 견딘다. 느리고 더딜지라도, 끈기 있게 땅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빛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메마르고 황량한 어둠에 갇힌 가족을 밝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죽기 전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그들은 원한다. ‘흔적이 라도 가족이 보고 싶다. 가족과 말하고 싶다. 가족을 만지고 싶다.’
무력감과 죄책감, 영원한 그리움
이 글을 쓰고 있을 때가 바다 속에 잠긴 세월호가 인양이 된 후였고, 또 세월호 3주기가 지났을 때였 다. 글을 쓰는 도중에, 안타깝게 떠나버린 생명과 남겨진 가족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갑자기 눈물 이 나고 손이 떨렸다. 그리곤 계속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위의 쓴 글도, 목적 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거리고 또 그 주위를 배회하는 모습이다. 내용 안으로 들어갈 수 가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무력감일 것이다. 아타카마 사막을 발굴하는 여성들은 더디더라도 또 찾 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미약하게라도 스스로가 사막을 뒤져서 무언가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세 월호의 유가족들은 바다 저 안에 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몸과 마음이 아작 났을 것이다. 게다가 찾지 못하는 죄책감이 더욱 짓눌렀을 것이다. 가족들의 마음이 그러한데, 하물며 타인인 내 가 얼마만큼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나에게 전해오는 무력감과 죄책감이 나를 짓누른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한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한 지역의 문제도 아니며, 한 나라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한 천문학자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내용이 아마도 영화의 의도를 대변해 줄 것이다.
Q: “여자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듭니까? 계속 사막을 뒤지고 다닙니다.” A:“전혀다른둘의비교인데,그과정은비슷해도한가지큰차이점이있 죠. 우리는 평온하게 잠을 이룹니다. 밤마다 과거를 관측하고 나서요. 탐 색이 잠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때론 더위가 성가셔도 잠은 자죠. 다음날 흐트러짐 없이 다시 과거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이 여자들은 유해를 찾아 헤맨 뒤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찾을 길 없는 과거를 탐색하죠. 찾을 때까 지 잠을 잘 못 이룰 겁니다. 이게 중요한 차이죠.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입니다. 묘한 건, 사회가 천문학보다는 이 여자들을 더 이해해야 하는 데, 그 반대죠. 천문학의 과거 탐색작업은 몹시 기꺼워하면서도 유해를 찾 는 이들에겐 아니죠. 이런 묵살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러죠. ‘다 지난 거잖 아 그만해라!’ 남의 말 하긴 쉽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가족을 찾을 때까지 평온은 없습니다. 그 속사정이 상상이 안 갑니다.”
빛을 향한 그리움
Nostalgie De La Lumiere, Nostalgia For The Light
감독_패트리시오 구즈먼|프랑스|다큐멘터리, 드라마|90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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