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b-clip 11
P. 56

영화 movie
映 畵
행 복 목 욕
나는 이 영화가 좋다....11
박
지 형쓰다
<행복목욕탕>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교복 사건'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아즈미를 학교에 보낸 엄마 후타바가, 걱정하며 딸의 귀가를 기다리는 장면이었다.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딸에게 '견뎌내고 스스로 이겨내길' 바랄 뿐 그 무엇 하나 도와줄 수 없는 엄마로선 할 수 있는 일 이 그저 걱정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뿐이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아 즈미는 반아이들로부터 빼앗긴 교복을 되찾아 입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상의 폭력을 견뎌내고 돌아온 딸과 엄마는 포옹한 채 한참을 그렇게 운다. 하지만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일상적 폭력에 맞선 아즈
탕 미의 용기 때문이거나 드센 한국 엄마들처럼 아이들의 세계에 개입하 지 않는 엄마 후타바의 지혜 때문은 아니었다. 그것보단 이 장면을 전달 하는 감독의 태도 때문이었다.
감독은 이 장면을 아유코의 시점숏으로 잡아낸다. 일년 전 파친코를 하 러간다고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은 가장 가즈히로가 돌아오면서 자신의 딸이라고 데려온 여덟살의 여자아이. 아즈미의 이지메 이야기에 힘을 쏟아온 지금까지의 이야기 진행 방식으로 보면 돌발적으로 등장한 아 유코로 하여금 이 장면을 보도록 만든 건 다소 무리한 진술일 수도 있었 지만, 이 하나의 돌출한 시선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이 영화 에 대해 많은 것을 용서하고 많은 것을 허락하게 된다. 한국의 막장드라 마처럼 꼬이고 꼬이는 사건들을 개연성이 있건 없건 받아들이고, 3류 최 루성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지만 딱히 거부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마도, 아즈미와 후바타의 이 포옹 장면을 지켜보는 아유코의 시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아즈미의 고 통과, 이제 막 말기암 진단을 받고도 누구에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후타
24
영상업계 잡부


































































































   54   55   56   57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