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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목욕탕
감독_나카노 료타|드라마|125분 |2016| 일본
바의 슬픔과, 엄마에게 버려진 후 자신을 아빠라 고 칭하는 낯선 남자의 손에 이끌려 이제 막 한솥 밥을 먹게 된 아유코의 두려움이, 하나의 자리에 포개져, 내 고통 때문에 상대의 상처를 밀쳐내는 게 아니라, 상대의 상처를 통해 모두의 상처를 감 싸안고 있는 모양새 같은 이 장면.
하지만 이 영화가 나에게 와 닿았던 건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여기까지였다. 영화는 두 시간 내내 엄 마라는 이름의 인내와 너그러움, 그리고 희생을 실천하는 후타바를 가운데 두고 이루어진 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크나큰 고통을 안고 있고 또 그 때문에 각각의 삶은 형편없 이 찌그러들어 있지만, 후타바의 넓은 품 안에서 그들은 비로소 인간의 꼴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엄마 후타바의 죽음이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전설 신사임당의 재림 신화. 세상의 고통을 이야기한답시고 그 고통의 원인에 가닿으려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더 넓은
희생을 통해 세상의 치부를 은닉해 버리는 이 세상의 고급진 협잡.
일본 아카데미상의 거의 전 부문을 휩쓸었다는 이 작품의 수상 소식을 난 작품을 보기 전에 언론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리고 대선을 목전에 두고 마침내 이 영화를 보았다. 새 대통령 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고 기대만큼 입밖에 내지도 못할 보수의 대약진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곤 하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감동이 지나쳐 급기야 짜증이 나기 시작할 때쯤, 뜬금없이 나는 엄마 후타바를 바라보는 모든 작중인물들의 시선으로부터, 이번 대선 에매달리고있는(나를포함한)모든유권자들의욕망을본듯한느낌이들었다. 다소황당 한 연상이었기는 해도 태극기부대의 나이든 어르신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배의 마음 이랄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란 것도 알고보면 세상엔 존재조차 하지 않는 신화 로서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허상을 통해 비로소 찌질할 수 있을 권리를 얻어 내는 소시민의 이기적인 욕심 같은 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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