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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ovie
모퉁이극장....2
내 유년기의 생채기와 포개진
키키의 표정 하나
映 畵
김
가 이쓰다
만남과 관계는 알 수 가 없다. 언제 어디서 시작할지 어디서 끝나게 될지. 또 얼마나 깊 고 얕아질지. 수많은 만남들의 대부분은 이미 헤어짐과 미처 확인하지 않은 헤어짐으 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주 조금은, 아직도 미정인 채 ‘관계’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 다. 희미해진 인연의 아쉬움은 너무나 흔하고 또 흔하므로, 오늘은 인연이라고 생각지 않으려 했던 마녀 배달부 키키를 만난 이야기를 해도 좋으리라.
나는 키키와 같은 나이 일 때 처음 키키를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성숙을 강요하는 13 살에 키키는 독립을 했고 나는 고작 집에서 중학교로 발걸음을 뗐다. 키키의 세계에서 마녀는 13살이면 독립하여 자기가 살 마을을 찾아 정착해야 하고, 평범한 나는 초등학 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로 진학해야 한다는 각자의 숙명이었다. 중학교 1학년 입학은 세 상의 모든 입학 중에서도 가장 낯선 적응의 시간이다.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힘겨웠던 그때보다 지금은 아주 조금만 덜 힘들어한다. 나는 그렇게 조금밖에 변하지 못했다. “오늘도 맑겠습니다. 내일도 맑겠습니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단지 내일까지만 맑다는 날씨예보를 구실삼아 여행을 시작한다. 키키에게 불안은 보이지 않는다. 잠깐의 여행 이 아닌 독립하러 떠나는 여행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그날 밤에 출발한다. 나는20년이지난 지금도독립하지못했는데말이다.
나는 키키와 같은 나이에 보았지만 키키처럼 솔직하고 밝은 성격은 아니었다. 키키는 모르는 아기의 젖꼭지를 갖다 주러 한참을 날아 갈 만큼 친절하고, 할머니 손님과 친 구가 될 만큼 공손하며,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친구를 구하러 뛰어 들만큼 순수했으니 마을 사람들 역시 그런 키키를 모두 좋아했다. 운이 좋게도 그 마을 사람들조차 처음 보는 마녀가 날아다녀도 웃으며 인사하는 아주 착한 사람들이었다. 키키에게는 마녀 의 피를 받아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 빼고도 언제나 밝은 표정을 지니 는 능력, 주위 사람들에게 예쁨 받는 마법까지 있었던 걸까.
초등학교 때와 많이 다른 환경과 그 해에 불어 닥친 IMF의 전조들은 중학교 신입생의 기억을 무채색으로 물들였다. 허구임을 알면서도 실속없이 내가 마녀가 아님을 원망 했다. 그것은 성장에 대한 핑계였던 것 같다. 나도 다른 도시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모험을 하게 되면 용기가 생기고 성장을 할 수 있을 텐데 푸념하며 꾸역꾸역 8시까지 학교를 갔다. 수업시간은 지겨웠고 친구들과는 신나기도 했지만 그 속의 긴장감을 똑 똑히 기억한다. 고등학교는 7시 40분까지 그리고 회사에는 8시 30분까지 그렇게 꾸역 꾸역 다녔다. 시간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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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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