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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솔직한 키키는 어디로 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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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들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 한 장으로 남은 사진이겠지만 나에게 마녀매달부 키키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걸어두는 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성인이 된 뒤 에 다시 본 마녀배달부 키키는 내 기억보다 겁이 많고 감정에 약한 아이였다. 무작정 떠난 수행의 길은 무계획적이었고 빗자루로 시내를 날아다니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모양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 마을에 정착하고 싶다 고 고백했다가 등을 돌리자 기가 죽어 골목으로 숨는다. 손님이 오지 않아 지루할 때면 심 심하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쇼윈도에 걸린 예쁜 옷들을 보기만 해도 허영심에 속상해 한다. 필요이상으로 도움을 주려했고 나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은 곧 실망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자기 손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가 첫 데이트 시간도 늦어졌다. 단지 자신 에게 웃어주는 사람한테 너무 많은 것을 주는 것을 주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한다. 하지만 우 리는 조금 더 할 때 마음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움직였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어릴 때에는 어린 인물에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른의 관점으로 먼 저 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키키를 자꾸 떠올리게 된 이유는 이 부분이다. 모처럼 생긴 친구와 즐겁게 놀다가 그 친구가 문득 키키가 싫어하는 아이와 인사하는 것을 보고나서 갑자기 웃음을 거두고 집으 로 와버린다. 영화 속 밝고 명랑한 키키와 착한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들의 차가움에 쉽게 시무룩해 하고 섭섭함에 친구를 밀어내고 마음을 닫았던 모습이 내 모습과 겹쳤기 때문이 다. 마음과 몸의 감기가 동시 오는 날에는 침대에서 하루종일 나오질 못한다. 가장 친한 친 구 지지는 갑자기 알아듣지 못하는 고양이 말을 한다. 마법이 약해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고 날아다니는 빗자루도 부러진다. 어두운 방에서 울음을 참으며 빗자루를 깎는 키키에게 힘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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