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월간사진 2018년 4월호 Monthly Photography Ap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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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스케치_최종_월간사진 2018-03-21 오후 3:57 페이지 106
작업의 시작이 된 서울연구데이터 서비스. 1995년부터 서울을 기록한 2만5천 장의 사진 속에는 이 사이트에서 처음 찾아봤던 사진은 바로 ‘삼풍백화점’이다. ‘1600px 요청하기’를 누르면 개인
수많은 공공의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다. 메일로 4.9mb 용량의 이미지가 전송된다.
시공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사라진 공간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서 잊힌다. 그 #1 4.9mb 이미지가 뜻하는 것
러나 조준용은 이미 없어지거나, 또는 없어질 장소들에 주목한다. 황학동 벼룩시 뉴스나 매체를 통해 조만간 철거될 곳들이나 재개발 지역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장, 정릉 스카이아파트, 삼풍백화점 등 공간에 대한 애정과 잊히지 않길 바라는 시점부터 작업 구상이 시작된다. 우선 공간의 이미지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안타까운 마음으로 도로 위에 이미지를 투사한다. 그렇게 완성된 작업이 바로 는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사이트(data.si.re.kr)를 주로 이용한다. 서울시가 구
<4.9mb Seoulscape>다. 도로에 대한 관심은 전작부터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축한 온라인 플랫폼인데, 한마디로 서울 도시 이미지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도로는 그 누구의 공간도 아닌 스쳐지나가는 통로와 같은 곳이며, 고정 특정 장소를 검색하면 해당 이미지가 편리하게 검색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선
되지 않고 유동하는 시공간의 중첩 무대다.”라고 말한다. 도로라는 무대 위에 두 택한 사진을 사이트에 요청하면 모든 이미지가 4.9mb로 전송된다는 것이다. 시
이미지가 중첩된 조준용의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모든 작업 과정과 웃지 리즈 제목인 ‘4.9mb Seoulscape’에도 반영되었듯, 작가는 4.9mb의 의미에 대
못 할 해프닝까지, 현장을 생생히 전한다. 해 생각한다. 공간의 역사와 의미가 고작 4.9mb에 담길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네이버 지도 로드뷰를 이용하여 촬영이 가능한 장소를 찾는다. 운이 좋으면 갓길이나 차량이 정차 작업 공간을 지도에 맵핑(Mapping)한다. 아직 다뤄야 할 공간들이 많이 숨어 있다.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한다.
#2 사진이 영사될 도로를 찾다
수집한 4.9mb 사진이 영사될 도로를 찾는 게 다음 단계다. 그의 작업실 한 쪽 벽
면엔 군데군데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커다란 지도가 걸려 있다. 도로 상황이
세세하게 나와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일반적으로 카메라와 빔프로젝
터를 설치할 만큼 충분한 공간이 마련된 고속도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로
드뷰를 파악하고 도로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만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주어진 작
업 시간은 기기의 배터리가 허락하는 단 4시간. 그러나 고속도로 상황에 따라 급
히 철수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설치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게 작업의 관건이다. 가방에는 항상 카메라 두 대와 휴대용 프로젝터 및 배터리 두 대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배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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