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월간사진 2018년 4월호 Monthly Photography Ap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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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스며든 쓸쓸한 궁
송광찬
마치 궁중 로맨스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사진들이다. 고전적 색
채가 아닌, 파스텔 톤으로 묘사된 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
지만 들여다보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진이다. 고독의 향
기가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궁 사진’은 LG와의 협업으로 왕
후들이 기거했던 궁을 촬영한 송광찬이 그녀들이 왕궁에서 보
았을 법한 궁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작됐다. 그에게 다가
온 왕후의 느낌은 부유함과 사치스러움, 여유로움이 아닌 쓸쓸
함이었다. 수많은 문과 통로가 있는 왕궁에 살았음에도 불구하
고, 왕후들은 단 몇 개의 창을 통해서만 밖의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단절된 시선이 그에겐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으리라. 송광
찬은 왕궁의 모습을 절제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극대
화하기 위해 적외선 촬영 기법을 채택했다. 이 기법은 모든 빛
을 받아들이지 않고 극히 일부분만 담아내기에 화려하면서 차
가운 공기를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시선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왕후들의 삶을 다른 각
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송광찬의 사진은 얼마 전 이상아트스페
이스에 초대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