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월간사진 2018년 4월호 Monthly Photography Ap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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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47)마이카메라-박호상(2p)최종OK_월간사진 2018-03-21 오후 5:15 페이지 146
My Camera
박호상의 카메라에 담긴 이야기
과거와 현재의 삶의 표정뿐만 아니라 다가올 변화에 대한 해학을 이야기하는 사진가 박호상.
그의 카메라에는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김혜미
아련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현하다
홀가 120GN
‘홀가(Holga) 120GN’을 구입했던 2002년 무렵 박호상은 음반 재킷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홍
대와 합정 근처 언더그라운드 밴드 연습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당시 그가 심취해 있던 음악 장르는 브릿
팝과 글램락, 특히 스웨이드(Suede)의 노래였다. 몽환적이면서 퇴폐적인, 게다가 아련하기까지 한 그들 노래를 사
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카메라를 찾던 중 그의 눈에 띈 것이 있으니, 바로 홀가 120GN이었
다. 비록 플라스틱 토이카메라지만 6x6 중형 포맷으로 촬영이 가능해 전시용 프린트를 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이
카메라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렌즈 해상력과 작은 이미지서클, 그리고 조악한 만듦새다. 이로 인해 결과물에는
모호하면서 아련한 느낌, 비네팅, 빛 샘 현상이 동시에 발현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박호상은 이들 덕분에 아련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사진에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