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월간사진 2018년 4월호 Monthly Photography Ap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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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47)마이카메라-박호상(2p)최종OK_월간사진 2018-03-21 오후 5:15 페이지 147
필드용으로 간소화된 대형 카메라
지나 F2 4x5
‘지나(Sinar) F2 4x5’는 대학원에 다니던 2004년 이후 줄곧 사용해
온 카메라다. 빌딩 옥상에서 촬영한 도심 속 작은 공원들을 통해 철
저하게 구획되고 자본화된 도시 공간을 탐색하는 작업 <A Square>
를 이 카메라로 완성했다. 물론 당시 린호프라는 걸출한 필드카메라
가 있었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 대안이 됐던 게 바로 지나
카메라다. 대부분의 지나 카메라는 스튜디오용으로 제작됐지만, F시
리즈는 필드용에 맞게 간소화되어 나온 장비였다. 덕분에 박호상은
휴대가 가능한 지나 F2와 삼각대를 짊어지고 수천 번 이상 아파트 옥
상을 오르락내리락해야만 했다. 그가 4x5 카메라를 장만한 이유는
간단한 무브먼트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시트필름을 낱장씩
현상할 수 있었기에 균일한 작업 톤과 사진 분위기를 얻을 수 있어서
다. 장소는 제각기 다르지만 사진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공허함이 유
지되는 건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A Square>
정교함이 가장 큰 장점
지나 P2 8x10
‘지나(Sinar) P2 8x10’은 2007년 개인전 이후 작업 디테일과 크
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 구입한 카메라다. 무게와 부피가 굉장하지
만, ‘정교함’이라는 장점 하나가 이 모든 걸 상쇄시킨다. 모든 무브
먼트가 다이얼로 조작되고, 제로포지션을 잡는 것 또한 용이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포맷에 맞는 미터링(Metering)백과 벨로우
즈만 있으면 4x5, 5x7, 4x10으로 확장도 가능하다. 이번에 B.CUT
갤러리에서 공개한, ‘한 국가의 발전 신화가 정작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를 탐색한 <Bodenlos(밑바닥이 없는)>를 ‘지나
P2’로 작업했다. 박호상은 이 카메라로 지방 도시의 빈 구조물과
한때는 삶의 터전이었던 폐가, 터미널, 비둘기집 등을 무미건조하
게 촬영했는데, 위엄 있는 카메라 탓에 사진을 찍을 때마다 측량하
<Bodenlos> 러 나왔냐는 말을 매번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