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월간사진 2017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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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103)아티스트 앨범-사진가 드로잉(10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7-06-22 오후 7:59 페이지 096
ⓒ 손현주
정신의 신호_손현주
드로잉 작업을 시작한 계기 사진작업을 하면서 크로키가 일상이 되 과 합쳐져 발산된 퍼포먼스가 바로 드로잉이다. 문득 정신적 신호가
었다. 낙서나 메모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왔지만 본격적으로 치솟아 오를 때 연필을 잡는다. 대개는 새벽으로 가는 시간이다. 새벽
드로잉을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누드 크로키에 참여할 당시 짧 3시 무렵이 가장 좋다. 전시와 드로잉 작업 2016년 9월 예술의 전당
은 시간 극도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정신의 줄기를 보면서 적잖은 희 (천안) 개인전 및 지난 봄 열린 <노란잠수함>전에서도 드로잉 작품을
열을 느꼈다. 그 이후 대형 사이즈의 드로잉을 시작했다. 선호하는 드 선보였다. 가장 최근 완성한 드로잉 반절지 도화지에 거의 매일 드로
로잉 재료와 방법다양한 재료와 상황이 내 드로잉 도구다. 현재 거주 잉을 한다. 뚜렷한 목적과 주제를 담은 것보다는 내 정신의 촉이 발현
하는 안면도에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무궁무진하다. 어부들이 된 선의 힘을 믿는다. 섬에서 살았던 19살 때까지의 이야기를 추상
태우고 남긴 검은 숯은 연필이나 오일 파스텔, 아크릴 물감 등과 어우 표현주의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드로잉의 진정한 매력 사진만으로
러져 드로잉의 형태를 낳는다. 가장 선호하는 도구는 연필이다. 자연 발산하지 못했던, 깊이 잠재된 예술적 끼가 드로잉을 통해 표출된다.
과 가장 가깝고, 추구하는 추상예술의 본형을 잘 잡아내기 때문이다. 또한 드로잉은 모든 작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생각이나 정신이 하나
드로잉 속에 담긴 이야기 최근 마무리한 신작 <중간지대> 사진작업 의 선으로 이어져 스토리를 품게 된다. 담고 싶은 이야기우주에서 지
사진가 손현주의 사진작업 ‘노란잠수함’
을 하면서 ‘카메라로 드로잉을 한다’는 생각에 몰두했다. 다음 전시 구는 하나의 섬이다. 그리고 사람들 역시 모두 익명의 섬이다. 사람과
는 카메라 드로잉과 연필 드로잉의 만남을 구상 중이다. 이 작업의 기 우주를 잇는 섬 이야기를 드로잉을 통해 풀어내고 싶다. 근접한 숲과
조에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교향곡이 깃들어 있다. 작 바다를 넘어 우주의 한 획까지 관통하는 보다 확장된 개념의 드로잉
업하며 내내 말러 음악과 교신했다. 드로잉 작업을 관통하는 제목‘정 이 될 것이다.
신의 신호’다. 몸에서 울음처럼 터져 나오는 광기 같은 것이 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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