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월간사진 2017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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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s of a human occupation>, Thermal water cooling building in Zaouia oasis
Contemporary period #24, 130x111 cm, 2016
완전의 것이 아닌, 그래서 그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건축물과 공간을 담아낸 아멜리 의 삶을 비교해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발자취가 우리 삶을 어떻게
에 라부르데트의 작업이다. 그녀가 주목한 것은 과거의 흔적을 품고 있는 존재들이다. 변화시켜왔는지 유추해보는 것이다. 인간 존재 연속성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다.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을 돌아보고, <Empire of Dust>는 어떤 작업인가?
퇴적된 시간의 무게로 인해 조금은 변질된 오늘을 반성하며,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 2015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바실리카타 주, 풀리아 주에서 촬영한 시리즈다. 과거의 역
다. 종합해보자면, 이 작업은 완성을 꿈꾸게 하는 미완성의 미학이 반영된 것이자 과거 사와 현재의 역사(2008년 금융위기, 뉴올리언스 시위 등)를 연관 지으려 했다. 신자유주
의 것을 통해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는 고고학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 체제의 붕괴를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았다. 부패와 빈곤으로 얼룩진 이탈리아 남부
의 미완성 건축물이 제격이었다. 콘크리트 뼈대만 남은 건축물은 부패 행위를 은유적으
언뜻 보면 건축사진 같은데, 어떤 작업인가? 로 표현한다. 실재와 이데아가 이어진다는 신플라톤주의에 영향을 받은 미켈란젤로의 미
엄밀히 말하면 건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인간의 역사와 기억에 내재된 여러 가지 문제 완성(Non finito)처럼 과거의 물질(미완성 건축)이 현재의 관념과 만난 것이다.
들을 제기하는 것이 작업의 의도다. 인간 존재의 흔적과 역사, 다시 말해 인간이 걸어온 이런 경험을 유도하기 위한 본인만의 전시 디스플레이 방식이 있는가?
발자국은 풍경 속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건축물을 흰 벽에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면 나의 작업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는 이
이용할 뿐이다. 가장 먼저 정확한 용도와 구조를 알 수 없는 미완성 건축물들을 촬영했다. 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 그래서 작업과 전시장 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편이다.
이들을 처음 봤을 때 마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앙 직 전시장을 사진 속 풍경의 연장선상처럼 연출한다. 촬영 현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
후의 모습 또는 역사 부흥의 현장을 동시에 보는 것 같았다. 이들의 미래가 폐허가 될지 기도 하고, 그곳의 독특한 색,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는 설치작품도 함께 배치한다.
유적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표현하기 위해 건축물 형태에 집중하 영감을 받는 것들이 있다면?
는 동시에 앞으로 무엇인가로 채워질 공간에 주목했다. 문학, 미술사, 영화다. <Empire of Dust>는 베허 부부의 작업 형식을 인용한 시리즈다. 기
작품을 보면 미완성 혹은 사라짐을 느낄 수 있다. 념비적이고 과대망상적인 대지미술을 선보이는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와 독일
그렇다. ‘사라짐의 느낌’이 강하다. 사람에 의해 탄생된 건축물을 촬영했음에도 불구하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프리디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작업, 조지 스튜어트
고, 사진에서 실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사라진 것은 ‘사람’이 (George R. Stewart)의 소설 <Earth Abides(지구는 살아있다)>, 영화 <혹성탈출>에서도
다. 두 개의 시간의 레이어 - 인류의 새벽과 포스트휴먼(Post Human) 시대 -가 겹쳐지 영향을 받았다. 반면, <Traces of a human occupation>는 프랑스 작가 오렐리엥 벨랑제
길 원했다. 그리고 보는 이가 두 개의 시간들을 직접 목격한 것 같은 혼동을 경험하길 바 (Aurélien Bellanger)의 소설을 읽다가 시작된 작업이다. 역사 속 서로 다른 시간의 지층
랐다. 이러한 느낌들은 <Traces of a human occupation> 시리즈에 잘 녹아 있다. 을 연결하여 다큐멘터리와 허구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라짐은 곧 어두움’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사진은 밝은 톤을 유지한다. 작가로서 목표가 궁금하다.
새벽이나 황혼 시간에 장노출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감각을 만들어주는 미 실재와 허구적인 이미지, 객관적인 문서와 주관적인 상상, 집합 기억과 개인 기억 사이에
묘한 순간은 대부분 새벽이나 황혼 때 마주할 수 있다. 빛의 흐름에 주목하길 바란다. 내 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풍경 작업을 하고 싶다. 도큐먼트 같지만 여기에 다양한 레
작업 속 빛은 풍경 속에 내재되어 있는 과거의 낙인, 현재의 단서, 그리고 미래의 예언, 다 이어들을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과거의 것에서 오늘을 읽어내는 의미에서 ‘현재의 고고
시 말해 다양한 레이어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다. 학’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Traces of a human occupation>는 어떤 작업인가?
튀니지 사막지대 가프사(Gafsa) 광산에서 진행됐다. 21세기의 가스파 광산에선 착취와
Amélie Labourdette 큰 맥락에서 비주얼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낭트보자르에서 파인아트를 전
실업, 빈곤이 만연했다. 튀니지 혁명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하던
공한 뒤 비디오와 영화 프로젝트, 사진작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사실과 허구, 미적인 것들이 모두
중 구석기 시대를 살았던 인간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시리즈는 매장된 광물, 발굴된 당 반영된 ‘고고학’적 작업을 주로 하고 있으며, 작업에 맞춰 전시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 신앙생활의 증거, 그리고 고고학과 관련된 문화적·역사적 유산 등을 통해 과거와 지금 www.amelie-labourde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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