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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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정_최종_월간사진 2018-01-22 오전 10:19 페이지 1
조각에서 ‘조각+미디어’로 영역을 확장하게 매체다. 어떤 실체를 이미지화시킨다는 것은 작가의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공간의 연금술사 사진과 영상은 조각의 확장이었다. 공간과 어우러져 선택과 감성, 이야깃거리를 담는 것이다. 공간의 기억,
선택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이미지에 유동성과 움직임
움직이는 입체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 공간의 이 을 더해 보다 정신적인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내
- 미지를 비틀고, 숨 쉬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애니메이 작업의 목적이다.
금민정 션 작업을 만들었다. 동시에 전시장에 빔을 투사해 설 문화역 284에서 보았던 ‘사진 조각’과 최근 스
치하는 영상작업도 했다. 내게 여러 장르의 매체는 하 페이스 소와 후지필름 갤러리에서 보았던 ‘조
나의 예술적 카테고리 안에 있다. 작품을 구상할 때 매 각 + 사진, 영상’에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체 형식에 제약을 두지 않고, 상상과 생각, 감성을 표현 내게 이미지는 어떤 공간의 표면을 표상화 하는 껍질
하는 데 적합한 매체들을 그때그때 선택한다. 동시대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것이 사진과 영상으로 보이는
미술에서 사진, 조각, 영상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순간부터 이미지에 담긴 기억과 감정, 심리가 부각된
않아도 된다. 앞으로는 생각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회화와 조각과는 달리 사진
또 다른 매체의 출현과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 과 영상이 구체적인 기억을 자극한다는 것도 알게 됐
이라고 본다. 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보다는 현실과 연관된, 혹은
‘현실화된 유토피아’, ‘섞이기 어려운 것들이 현실에 반쯤 걸쳐진 이야깃거리에 흥미를 느낀다.이
섞여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헤테로토피아를 들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구현됐을 때 경험하게 되는
지향하는가. 것들에는 하얀 캔버스에서 시작하는 매체들에선 느낄
내 관심사는 ‘공간’이다. 단순한 의미의 공간에서 나아 수 없는 매력이 존재한다.
가 지난 시간의 흔적, 지난 사람들의 자취가 깃든 역사 특히, ‘스페이스 소’ 2층 작업들은 자연광이 들
적 공간과 장소까지 포함한다. 헤테로토피아는 관념적 어오는 전시 공간과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이지만,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들은 화전민들의 삶의 터전이었
다. 우리 주위에 널려 있지만 평소엔 인식하지 못하다 던 곳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들이다. 그중 2층에
가,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인지할 때 비로소 생각하고 설치된 작업들은 대부분이 모니터를 활용한 비디오 조
느끼게 되는 유토피아라고 할까. 이런 생각을 일깨워 각들이다. 작업을 단지 물성을 가진 입체로만 받아들
주는 것이 ‘예술’이다. 당신이 서 있는 곳, 존재하는 곳 이기보다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정신적인 사
이 당신이 꿈꾸고 있던 곳임을 인식하게 해주는 것. 푸 고가 수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작업을 마주
코의 헤테로토피아는 정확한 정답이 없지만, 다중적인 했을 때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면, 이는 여느 조각에서
현대 사회에서의 유토피아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세 경험하는 것보다 더 헤테로토피아적이었을 것이다.
상은 점점 더 확장되고 융합돼 또 다른 유토피아를 제 어떤 것들이 작업의 모티프가 되나?
공할 것이다. 이는 앞에서 말한 예술 속 매체의 다원적 내가 접한 장소나 공간의 직관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구성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작업을 시작한다. 지극히 감각적으로 공간을 선택했는
‘섞이기 어려운 것들이 섞여 있는 공간’을 구현 데, 신기하게도 리서치를 하다보면 늘 그 공간에서 특
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 형식과 내용을 공존시 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인 사람들의 흔
키는 것인가? 적, 구체적인 시간의 흔적이 깃든 공간을 선호한다.
영상과 조각이 섞이기 어렵듯, 나의 작업에선 서로 이
질적인 요소들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과거와 현재, 물
금민정을 어느 특정 장르의 예술가로 명쾌하게 정
질과 정신, 개념과 실체, 이성과 감성 등. 우리가 사는
의내리기란 쉽지 않다. 조소를 전공했지만, 조소를
공간은 더 이상 물리적으로 구획된 공간만을 뜻하지
넘어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가 조합된 작업을
않는다.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의 혼재는 자연스러운 것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민정의 시선을 끄는 것
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이다. 그것의 개념적 측면이든 물리적 측면이든 벽과
곳에서 그녀는 헤테로토피아를 지향한다. 공간 속 바닥으로 구획된 공간의 자유로운 확장은 내 작업의 금민정 공간이 가지는 시간의 흔적과 기억 그리고 이에 대한
에 깃들어있는 지나간 시간의 흐름과 흔적을 쫓다 구심점이다. 자신의 감정을, 그 공간의 움직임으로 변형과 재구성하는 작
업을 한다. 사진, 영상 등을 콜라주하여 연출한 왜곡된 공간에
보면, 평소엔 인식하지 못하는 내 속에 너무나도 많 작업에 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공간에 대한 기 선 문학적이고 시적인 표현을 읽어낼 수 있다. 홍익대학교 미
은 나만의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억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인가? 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사진은 공간에 깃들어 있는 기억을 표상화 시켜주는 www.minjeo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