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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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_최종_월간사진 2018-01-18 오후 4:38 페이지 1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의 간략한 작업에서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이유가 궁금
소개를 부탁한다.
사 ·진 ·소 ·비· 시 ·대 <TheSexyBikini.com>과 <Virgin Candy>는 영국에서, 하다. <#SELSTAR> 인증샷을 공유하는 것은
시대상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SOUND PROJECT by 4ROSE>와 <the AGENDA hair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대중의 한 명으로서, 작품을 완
- salon>, <#SELSTAR>는 한국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성시키는 참여자로서 관객은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
김가람 영국에 있을 때 내 관심사는 ‘아시아 여성 작가’라는 정 다. 그리고 그 변화와 차이를 드러내는 작품을 구성하
체성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작업이 인종 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
과 문화적 배경, 정체성에 따라 함께 해석된다고 판단 을 정해놓긴 하지만, 작업 결과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작업하는 지금은 시대상을 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 참
살펴보고, 그 변화와 차이를 드러내는 형태로 작업을 여형 작업에선 작가가 기획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가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회의 쟁점들 져오는 것 같다.
을 다루게 되었다. <#SELSTAR>는 사진을 예쁘게 찍으라고 메이크업 도
우리에게 장르로 익숙한 것(사진, 음악, 퍼포먼 구들을 마련해 놓은 작업이다. 전시장이 작품을 감상
스 등)을 하나의 매체로 인식하고 작업하는 이 하는 곳만이 아닌, SNS 인증샷의 배경이 되어버리는
유가 무엇인가? 현상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전시장 한편에
매체의 다변성은 작업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에서 오 ‘사진을 찍은 후 SNS에 올려야 작업이 완성된다’는 글
는 듯하다. 주제를 먼저 선정하고, 해당 주제에 대한 관 을 적어놓았다. 그런데 이 문구를 확인하지 않은 사람
심사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양한 매체를 차용하고 있 들도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본인 SNS에 올렸다. 인
다. 예술가로서 우리 주변의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하 증샷을 공유하는 것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측면이 크
여 변화하는 시대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담아내고자 한 다. 아마도 작품 자체가 기획 단계부터 사진을 찍기 좋
다. 중학교 성교육 시간에 받았던 ‘순결캔디’의 기억을 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Virgin Candy>로 전시장에 옮겨왔고, 우리가 매일 접 작업이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미술의 의미
하는 인터넷 뉴스의 댓글들을 음원 형식으로 발매했으 가 클까? 아니면 공론장 역할이 클까?
며, 대학 시절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행해지던 삭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어떠한 가치관이 변화하거나 혹
식의 추억을 <the AGENDA hair salon> 헤어커트 퍼 은 시대적 맥락에서 그 의미가 상충하는 아이러니한
포먼스로 발전시켰다. 상황을 작품을 통해 다뤄보고 싶었다. 또한, 사회적인
작업하는 입장에서, 또 단순히 찍고 즐기는 입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물
장에서 ‘사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리적·사회적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
작업하는 입장에선 사진 찍는 현상을 차용한다는 의미 업도 있다. 다양한 예술 형태가 있지만, 내가 주목하는
가 크다. <TheSexyBikini.com>는 경품을 받기 위한 부분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다. 궁극적으로 작품을
인터넷 쇼핑몰의 포토리뷰를, <#SELSTAR>는 ‘작품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생
감상’보다는 ‘관람객의 감상 행위’가 주가 되는 ‘SNS 각하는 주제를 전시라는 플랫폼 안에서 참여자들과 함
전시장 인증샷’ 현상을 작품에 차용한 것이다. 작업에 께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진이 매체로 등장하지만, 사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작업 속 사진 대부분은 참여자들
이 직접 찍은 것들이다. 특정한 목적을 갖기보다는, 현
김가람은 어떤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상을 반영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진을 소
이슈들을 미디어 매체, 설치, 퍼포먼스 등을 이용한 비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냈다.
유희적인 실험으로 풀어낸다. 그녀가 ‘사진’을 주 사진은 시간과 교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요 매체로 사용한 작업은 <TheSexyBikini.com>과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때 사진을 찍는다. 이런 행위는 김가람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문화, 사회적 이슈들을 다양한
<#SELSTAR>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 미래에서 바라볼 현재를 위해 지금의 시간을 사용하는 매체를 통해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7년 KT&G 상상
가는 현대인들이 사진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또 사 것이다. 때로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라는 숙제처럼 느 마당 <UPDATE> 포함 4회의 개인전과, 2017년 사비나미술
관<셀피(Selfie)-나를 찍는 사람들> 포함 20여 회 단체전에
진을 통해 어떻게 사회·문화적 현상에 참여하고 있 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 소중한 순간에는 일부러
참여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회화·판화(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을 찍지 않기도 한다. 그 순간 만큼은 어떤 행위를 런던 첼시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만들어내는 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www.garam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