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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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8-01-23  오전 11:05  페이지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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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사진가의 유의미한 시간




                                    권영호, 목정욱, 최랄라는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진가다.
                        2017년 개인전을 선보였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상업사진이라는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비상을 꿈꾸는 그들을 만났다.
                                                              에디터 | 김민정 · 디자인 | 서바른




























               진중한 시각 일기            권 · 영 · 호
                                    1990년대 한국 패션사진의 중심에 있던 그가 2017년 가을 <Unexpected>란 타이틀로 개인전을 가졌다. 한 편의 시처럼 여유로운 권영호의 사진은
                                    오랜만에 마주한 친구가 건네는 애정 어린 인사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2010년 예화랑에서 있었던 <Beyond the Scene>전  많이 찍는 편은 아니다. 전시에 소개된 이미지들도 한 장     진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후 7년 만의 개인전이다.                      소에서 딱 하나만 촬영한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패션 사진가로 활동할 당시와 비교해 많은 것이 변했다.
               <Unexpected>전은 ‘이길이구 갤러리’ 제안으로 이루    패션사진과 개인작업이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현역으로 활동하며 체감하는 부분이 있을것 같다.
               어졌다. 2010년 개인전 이후 몇 차례 그룹전에 참여했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다. 평소 개      디지털 시대가 만든 풍경은 상업 사진가에게도 큰 영향
               지만 개인전에 대한 생각은 특별히 없었다. 처음 전시        인작업을 하고 글을 쓰는 것 역시 감각을 무뎌지지 않게      을 끼쳤다. 최근에는 해외로 광고 촬영을 갈 경우 카메
               제안을 받고 망설인 이유다. 하지만 갤러리 공간을 살펴       하기 위해서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스마트폰 혹      라를 가지고 갈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유럽 현지에서
               본 후 생각이 달라졌다. 큐브 형태의 일반적인 갤러리와       은 일기장에 생각날 때마다 기록한다. 그 순간 받은 느      최신 장비를 공수해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사
               다른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낌을 잃어버리는 것이 싫어서다. 평소 클래식 음악도 자      진이 쉬워졌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작은 공간에 맞게 관람객이 한 발 다가와 천천히 작품을       주 듣는다.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감성이 현       사진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상할 수 있도록 소형 작품 위주로 전시를 기획했다.        재의 나에게 전달되는 시간이 좋다.                 시대가 변했고 사진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지만 사진
               어떤 작업을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당신을 자극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은 시대와 상관없이 매력적인 매체다. 시스템이나 유행
               개인전에서 선보인 거의 모든 작품은 해외 촬영 중 틈틈       다큐멘터리 사진을 많이 본다. 유명 작가의 작품보다 누      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발산할 수 있다면 흔한
               이 기록한 이미지들이다. 해외 촬영을 나갈때도 항상 필       가 촬영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시대 상황을 들여다 볼      이미지 속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름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잡지 화보나 광고 촬영은 거      수 있는 이미지에 눈길이 간다. 사진을 감상하며 그 시대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나?
               의 디지털 카메라로 진행하는 반면, 개인작업은 오래전        를 연상하고 상상하는 것이 즐겁다.                 행복한 사진가. 하나의 창작물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부터 사용해온 친숙한 필름카메라로 진행한다. 나만의         패션 사진가로서의 삶을 되돌아본다면?                고민하고 고뇌하는 창작자들도 있다. 그와 달리 나는 운
               감성을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         1999년 SK텔레콤 TTL 광고는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    명처럼 다가오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기록하는 쪽이
               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찍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이다. 브랜드 이미지 광고였기에 쉽지만은 않았다. 당시      다. 감정을 담아 기록한 사진은 영원하다. 앞으로 더 자
               순간의 느낌에 충실해 촬영하기 때문에 감정과 시간의         스무 살 청춘의 감정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고,      주 개인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적어도 2년마다 한 번
               흐름에 따른 예기치 못한 기록의 산물이다. 평소 사진을       다행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덕분에 더 자유롭게 사      씩 개인전을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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