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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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_최종_월간사진  2018-01-18  오후 4:39  페이지 1















                                                          조소를 전공할 때부터 사진을 이용한 것으로        개인 장비가 아니라서 마음 편하게 사용하기도 어렵
                                                          알고 있다.
               실제와                                   학부 시절 FRP(섬유 강화 플라스틱), 철, 흙 등을 이용   고, 최신 장비가 아닌지라 다양한 색의 재현도 어렵다.
                                                                                              작업의 모티프는 어디서 얻나?
               가상의 변주                                해 조소 작업을 했다. 이들 물성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SNS 속 가상 세계다.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들을 보
                                                     내가 구현할 수 있는 작업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을 하
                                                                                         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막연하
                                                     게 됐다. 생각의 확장이 필요했고, 그때부터 아이디어       게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왜 이
               -
                                                     스케치용으로 사진을 사용했다. 무언가를 보고 기록하        래야 하지?’, ‘이런 것들이 온전한 내 생각이고 선택일
               박정원
                                                     는 데 사진만큼 효율적인 매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 같은 질문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세상에 활발
                                                     데 어느 순간부터 사진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졌         하게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소외감도 모티프가
                                                     다. 사진은 순간적으로 입체의 공간을 평면으로 만든        된다. 미니어처를 사용해 이러한 감정들을 표현한다.
                                                     다. 이들을 프린트해서 오리고 접다보니 독특한 효과        작업에는 복잡한 세상 속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가 나타나더라. 분명 진짜는 아닌데, 진짜를 보는 것 같     의미가 있다. 육체적인 휴식보다는, 정신적인 휴식에
                                                     은 애매한 공간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렇게 사진        더 가깝다. 이러한 휴식을 통해 자신의 삶이 주체적인
                                                     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기존 조소 작업(집을 연상케 하     것인지, 아니면 시류에 휩쓸려 획일화되어 가지는 않
                                                     는 구조물)에 결합했다.                       는지 잠시나마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홀로그램 작업을 하게 된 특           공간감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장소특정적인
                                                          별한 이유가 있을까?                         작업이라고 이해해도 괜찮을까?
                                                     홀로그램은 3차원 영상으로 된 입체 사진이다. 빛의 간      ‘장소에 대한 감각’을 보편적으로 이야기한다는 표현
                                                     섭 현상을 이용해 2차원 영상을 3차원 입체 영상처럼       이 더 적절하다. SNS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는 SNS를
                                                     볼 수 있다. 홀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땐 ‘평면 조각’을     가상세계라고 하지만, 그곳에서 접하게 되는 공간 혹
                                                     보는 듯했다. 필름에서 공간감과 깊이감이 느껴졌기         은 장소는 다분히 제한적이다. 공간을 한 가지 장소로
                                                     때문이다. 빛을 통해 공간감을 연출하는 제임스 터렐        규정해버리면 생각의 범위가 좁아진다. 내 작업 속에
                                                     의 작업도 떠올랐다. 면(面)이지만 눈앞에서 나왔다가       서 접할 수 있는 ‘점 선 면’, ‘창과 문’ 등을 넘어 이상 너
                                                     들어갔다 하는, 여기도 저기도 아닌 상태 같은 모호한       머의 것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공간감을 주는 게 매력적이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진’의 의미는 무엇인가?
                                                     선을 면으로, 면을 공간으로 만드는 것처럼 홀로그램        작업에 이용하는 사진은 ‘본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역시 빈 평면필름 안에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상상의 공     있다. 사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문화·역사
                                                     간처럼 느껴지는 이곳에 무언가를 담고 싶었다. 또한,       적인 것들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표면적으로 담아낼
                                                     기록된 상을 보기 위해서는 하나의 빛을 비추어야 하        뿐이다. 그리고 이를 오브제의 일부로 사용한다.
                                                     지만, 어느 특정 순간(기록된 레이저빔의 각도)에만 볼           홀로그램 작업으로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작가
                                                     수 있다는 사실은 감성적인 언어로 다가왔다.                 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홀로그램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홀로그램은 대중적인 작업이 아니다. 주변에서 홀로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홀로그램의 작업 과정은 서로         램 작가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 않다. 홀로
                                                     유사하다. 두 작업 모두 필름에 상(像)을 기록한다. 차     그램에서 궁극적인 무언가를 얻는 것이 작업의 목적은
                                                     이점이 있다면, 카메라는 빛을 이용하고, 홀로그램은        아니다. 단지, 홀로그램의 감각적인 면과 시각적인 부
                                                     레이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암실작업을 떠        분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박정원은 필름이라는 2차원 매체에서 3차원 영상            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어두운 방 안에 오브제를 세팅
               을 볼 수 있게 하는 ‘홀로그램’ 작업을 한다. 공간감        한 뒤, 주변에 기둥을 세운 다음, 그 위에 홀로그램 필
               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인상적이다.           름을 올리고 레이저를 비추면 된다. 이때 레이저의 각
               그녀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 얽매여 있는 장소, 틀에          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홀로그램 필름 역시 사
               박힌 공간을 넘어 이상 너머의 것을 찾고자 한다.           전에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안 되고, 현상과 표백, 수세     박정원 일상에서 부재하는 개인, 사라짐과 도시의 건물, 공간
               박정원의 작업은 종이 매체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에서 경험하는 물리적 유한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오는 4월15일 부터 5월5일까지 을지로에 위치한 ‘공:간극’에
               않는다. 홀로그램은 직접 봤을 때 극대화되니, 전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장에 방문해 감상하기를 적극 권하는 바다.               작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 주로 학교에서 제작을 했는       조소전공을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전문사 미술학과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데, 지금은 졸업생 신분이라 사용에 제약이 있다. 또한,     에서 홀로그램 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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