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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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_최종_월간사진  2018-01-18  오후 4:40  페이지 3














                                                                     매체에만 집중하고, 수직적이고 위계적으로
                                                                     매체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주입하기보다는,
                                                               창작의 주체로서 동시대 미술의  범주 내에서 ‘사진적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사진적임’에 대하여
                                     Photographic
                                                 2016년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에서 그해의 작가를        다원화된 현대미술 속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에만 속박
                                                 선정했을 때 SNS에서는 ‘사진계의 쾌거’라는 뉘앙스       되는 것은 흐름에 뒤처지는 것과 다름없다. 매체에만
                                                 의 표현이 돌았고, 그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집중하고, 수직적이고 위계적으로 매체를 어떻게 지
                                                 있다. 해당 상은 ‘매체론’에 집중하여 그 의미를 판단하     킬 것인지 주입하기보다는, 창작의 주체로서 동시대
                                                 는 것이 아닌데, ‘사진계’라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왜 그     미술의 범주 내에서 ‘사진적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
                                                 런 말이 나왔던 것일까. 동시대 미술의 주요 의미나 가      하고 그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치와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는, 외부 담론을 흡수하고 그것으로부터         고무적인 건,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사진 ‘매체’라는
                                                 자체적인 실험과 확장을 모색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경        개념에서 벗어난 확장된 사진(물질성에서 더 나아가
                                                 계만을 더욱 공고히 하며 내부로만 수렴하는 사진계에        현실적인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독자적
                                                 서 이러한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것이 의문스럽다.          사유로 해석하며,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낸)을 선보이
                                                                                     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사진 전
                                                 주지하다시피 미술사 안에서 사진의 역사는 타 장르에        시라고 하는데, 전통적 형식으로서의 사진만 존재하
                                                 비해 오래되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진계의       는 것이 아닌 영상, 설치, 조각, 텍스트가 결합되거나,
                                                 쾌거’라는 표현은 미술계라는 작은 파이 안에서 사진        심지어 물질로서의 사진을 결정짓는 요소와 프레젠테
                                                 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추측건대      이션의 방식에서도 과감한 실험이 돋보이는 전시를
                                                 ‘사진계’라고 스스로를 분류하는 표현은 이러한 상황        최근 들어 자주 접했을 것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
                                                 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계라고 스스로의        진적’인 것과는 다른 궤도다. 형식적 사진의 유무를 떠
                                                 경계면을 구축하는 이 말은, 미술이라는 더 큰 틀 안에      나 작업에 사진가로서의 시선과 태도, 그리고 작가의
                                                 서 사진이라는 장르 안에 내포된 어떤 결여를 의미하        독자적인 사진적 사유가 담겨있다면, 그 작업은 이미
                                                 는 동시에, 사진을 보다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게 하려      ‘사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물
                                                 는 욕망이 적용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질성으로부터 더 나아가 시공간을 압축하고 평면의
                                                                                     이미지로 고정하여 제시하는 사진의 특성, 사회적 이
                                                 사진계라는 표현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슈와 현상의 민낯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
                                                 다만, 이는 결여된 것을 채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문제       어떤 것을 어느 순간에 어떤 시선으로 포착할 것인가
                                                 를 파악하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며, 그로부터 새로       를 결정하는 것 등이 ‘사진’의 의미를 획득하게 하는
                                                 운 방향을 제시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사진계일 때만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타의 장르에서 전개하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진계가 제시하는 방        는 주요 담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
                                                 향을 생산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         한 관계의 경계면에서 사진만이 갖는 독자성이 무엇
                                                 다. 동시대 미술과의 경계면을 스스로 끊임없이 갱신        인지를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탐구한다면 현대미술 속
                                                 하며 거기에서 발생하는 주요한 가치를 모색하기보다         에서, 그리고 현대미술로서 사진만이 가질 수 있는 독
                                                 는, 그저 사진이라는 매체 그 자체에만 주목하며 사진       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계로 묶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경계가 허물어지고,       - 김성우 (아마도예술공간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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