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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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_최종_월간사진  2018-01-18  오후 4:40  페이지 2

















                                                                       장르의 해체 혹은 재구성의 과정에 있는 오늘날,
                                        Complementary
                                                            적어도 예술이라는 범주에서 사진 혹은 미술이라는 구별 자체의 의미는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사진 내에서도 다큐멘터리이건 구축사진이건 어떤 장르와
                                                                          형식의 사진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미술과 사진의 ‘상호보완’

                                                   미술과 사진의 거리감은 시기적으로 사진이 미술 이          로 역이행한 부산물일 수도 있고, 더욱 심해진 미술의
                                                   후 탄생한 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술의 자기방어          자기방어적 견제가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인 순혈주의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시        우리는 현재 테크놀로지 없는 예술과 미술을 생각할
                                                   각과 신체를 활용한 재현기술을 숭앙하던 시기, 기계         수 없으며, 따라서 미술과 사진의 상호보완성을 인정
                                                   를 활용한 사진의 출현은 르네상스 이후 형성된 인간         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의 전지적 능력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졌다. 사진에 대
                                                   한 편견은 예술과 기술, 인간과 기계를 대립 항으로 여       이런 측면에서 ‘사진계’, ‘미술계’와 같은 범주는 시대
                                                   기던 시대의 산물이다. 예술과 기술이 공존하고 서로         착오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현장에서 만
                                                   의 융합이 창조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지는 이 시대,        나는 사진가들은 자신을 하나의 범주에 넣기보다는
                                                   그러한 이분화한 대립 논의는 개인의 선택이 될지언          더 넓은 의미의 예술가라고 믿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 시대의 담론으로서 효력은 상실했다.                그들 중에는 작가로서 이미 성숙한 예술적 경지를 형
                                                                                        성하고 깊이를 더해가는 작가들, 야심찬 도전을 하는
                                                   20세기에 들어, 특히 후반부 이후 미술과 사진의 거리       30-40대 작가들, 이제 막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
                                                   는 급격하게 좁혀졌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지를 탐구하기 시작한 젊은 작가도 있다. 본인이 예술
                                                   은 스티글리츠의 기증으로 1928년 처음으로 사진을         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신을 ‘미술계’ 혹은 ‘사
                                                   소장하고 전시했다. 그리고 1971년 스티븐 쇼어전을        진계’에만 국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열었는데 생존 사진가의 첫 개인전이었다. 그리고 불
                                                   과 30년 만인 2000년을 전후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장르의 해체 혹은 재구성의 과정에 있는 오늘날, 적어
                                                   의 주요 미술관에서 대형 사진전이 줄을 이어 열렸다.        도 예술이라는 범주에서 사진 혹은 미술이라는 구별
                                                   미술시장에서도 사진은 고가 기록을 갱신해 왔다. 대         자체의 의미는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사진 내에서도
                                                   형 컬러사진이 몰고 온 호황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다큐멘터리이건 구축사진이건 어떤 장르와 형식의 사
                                                   현상은 미술과 사진의 거리에 대한 인식을 사라지게          진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독특한 사고와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0년을 정점으로 오       감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조합해낸 삶의 깊이와 재미
                                                   히려 사진이 현대미술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예술가로서 위상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미술과 사진의 경         은 뚜렷해질 것이며, 그가 선택한 매체와 장르의 생명
                                                   계는 더욱 와해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계’라는 말은        력은 여전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거 미술의 순혈주의가 사진으          - 이필 (미술사, 미술비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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