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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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크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8-01-18  오후 4:32  페이지 1






               Art Talk





                                                      겹쳐진 시간들



                      전시기획자가 작가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아트 토크’ 두 번째 주인공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협력큐레이터 최정윤과 사진가 EH 김경태다.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사물의 물성을 심도 깊게 탐구하는 EH 김경태의 작품세계를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아본다.
                                                              에디터 | 김민정 · 디자인 | 서바른




















                                                  건미준, 종이와 콘크리트 ⓒ EH 김경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유학 이          적게는 서너 장, 많게는 몇 백 장을 하나의 사진으로 합      렌더링 환경에서 흔히 사용되는 회색 계열의 배경으로,
               후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계기가 있었나?         성해 실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        그림자는 각각의 덩어리가 마치 큰 구조물이고 그것을
               사진과 마찬가지로 그래픽 디자인 역시 정보를 다루는         다.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특히 컴퓨터 편집에 긴 시간       먼 거리에서 내려다보는 상황을 상상하며 조정했다. 특
               태도와 관련이 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 보면 사진        을 보낼 것 같은데, 그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히 각 덩어리들은 독립된 투시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을 직접 촬영하거나 건네받은 사진들을 배치하곤 하는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학적인         요소들이 한데 뭉쳐 생경함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데, 그런 일들이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사진가로 전향        피사계 심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가장 보편화된 기법        초기 작업인 돌 시리즈는 책으로 묶어 판매했다. 사진
               하게 된 계기다. 그 이전에 학부시절 수강했던 사진과        중 하나인 포커스 스태킹을 주로 사용한다. 대상과 조        을 선보이는 방식 중 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의 일부 강의나 주변 동료의 권유도 큰 영향을 미쳤다.       명을 세팅하는 과정은 여느 촬영과 다를 게 없고 카메        사진작업을 할 때는 그것이 구현될 질료와 공간에 대해
               <그래픽 디자인>에서는 책을, <유명한 무명>에서는 끓       라를 전진시키는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사용하          서 먼저 고민하는 편이다. 해당 작업의 경우 큰 주제는
               는 물의 석회 입자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에서는       는 것이 다르다. 우선 조명과 구도의 세팅이 끝나면 나       스케일과 시점이다.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특성이 돌
               너트를, 매번 전시 주제에 맞는 커미션 작업을 진행했        머지 촬영 과정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합성 과정에서        작업을 먼저 선보이기에 적합하다고 여겼다. 이런 것들
               다. 무엇을 찍느냐보다 그것이 사진으로 어떻게 구현되        일부 특수한 보정을 더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품 사진        은 때로 작업의 의미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데 가령
               느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의 제작 과정과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보정작업에 많은         <Angles>(프레스룸, 2016, 디자인: 양지은)의 경우처
               사물을 보는 방식에 대해서 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보낸다.                             럼 책이 작품의 최종 형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자체로는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종이와 콘크리         사진을 통해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보인다. 그래서 대상의 형태나 구조를 가능한 객관적으        트>전에서 각 섹션을 구분하는 포스터 형식의 작업을         사진을 통해 눈으로 포착하기 힘든 것들을 기록함으로
               로 살피고 포착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특정 내       선보였다. 밝은 배경에 바닥이 없고 옅은 그림자만 사        써 대상에 관한 풍부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과정이
               러티브를 담기보다는 내러티브를 담는 대상에 집중하          물 아래 드리워져 있어 원근감이 사라지고 사물이 더욱        라고 생각한다.
               는 것이다. 이것을 구체화한 작업이 모텔 건물의 장식        생경하게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은?
               조명을 촬영한 <Model Line>(2012-2013)이고, 거리  한국에서 1980~1990년대에 있었던 여러 건축운동      서촌에 새로 마련한 작업실에서 2017년 계획했던 작
               의 인공조명이 비친 건물의 일부분을 기록한 <Light       모임의 자료를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다. 각 모임의 자        업들을 진행할 생각이다. 참여하는 출판물도 몇 종류
               Composition>(2012-2013)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료가 이루는 물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바닥은 컴퓨터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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