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PHOTODOT 2018년 5월호 VOL.5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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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컬러 톤이 끼어드는 것은 불필요한 요소였다. 유동희는 사진가로서 현실에서 마주한 대상을 단지 눈으로만 보는 한계를
마찬가지로 그의 사진은 매우 간결한 형태로 바위의 부분적인 형상들이 마 넘어설 필요가 있었다. 현장에서 느꼈던 바위의 인상을 마음으로 담아 어떻
치 검은 수묵화의 추상성을 대담하게 표현했다. 게든 온전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가 마음으로 본 것은 화려한 색채의 바위
가 아니라 마치 꿈에서 본 듯, 그리운 어머니 품 같은 따스함과 아늑함의 밝
검은 색조의 바위들은 하단부로 내려갈수록 섬세함을 생략하는 묵직한 어두 음이었고,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깊은 믿음, 그 굳건함의 묵직함이었다. 그런
운 톤으로 묘사했다. 대신에 상단부의 바위 질감은 빛을 받아 즉물적으로 살 결과 밝음과 묵직함의 대조 하이키와 로우키톤의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아나게 했다. 이런 묘사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서히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 그것은 단순히 흑백 대비의 시각효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바위의 근원
들게 만든다. 하이키 톤의 밝은 바위들도 마찬가지다. 주변부에 흐릿하게 감 적인 실체를 드러내기 불필요한 요소를 지우는 정제된 형식이다. 그런 점에
싸고도는 안개인 듯, 구름인 듯 몽환적으로 처리된 밝은 톤은 수묵담채화의 서 그는 시각예술에서 가장 고전적인 예술의 원형을 실천하고 있다.
여백의 미를 준다. 바위들을 산맥에 둘러싸인 봉우리들을 보는 듯 천상의 혹
은 무릉도원의 이상 세계로 안내하는 듯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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