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PHOTODOT 2018년 5월호 VOL.5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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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Cho, Hyun-ah)의 「동두천 나이지리아(Dongducheon, 특히 조현아는 이방인으로서의 외국 노동자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방식으
Nigeria)」 로 주체의 자리를 부여함으로써 타자와 주체의 자리바꿈을 시도한다. 즉 외
「동두천 나이지리아」는 인종적 측면이 주목받은 타자의 초상이 국 노동자라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인물의 내면
다. 조현아는 미군기지가 인접한 동두천 보산동에 거주하는 노동 이주민, 그 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먼저 프레임 속 배경으로 알 수 있다. 조현아는 외
중 다수를 차지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을 촬영하였다. 디아스포라는 국 노동자의 신분이 직접 드러나는 노동 현장을 피하고 개인의 가장 사적 공
19세기 제국주의와 함께 야기된 문화 현상이지만, 그것은 오늘날 자본주의 간인 방안을 택하여 이들을 촬영하였다. 경제적 빈곤과 열악한 환경이 드러
가 지배하는 신식민제국주의 국가에서 양산하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기도 나긴 하지만, 방은 타자에게 향하는 사회적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공간이기
하다. 따라서 오랫동안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단일민족을 표방하며 ‘동포’ ‘민 때문이었다. 또한, 이들의 개인성은 자연스러운 자세와 시선에서도 알 수 있
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를 견지해 온 우리나라 다. 편안한 자세로 카메라를 경계하지 않고 친숙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에서도 이주민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주민에게는 인종, 국가, 시선과 표정은 이들을 위엄이나 여유를 지닌 주체적 존재로 보이게 한다. 이
계급의 역학 관계에 따른 다양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즉 상대 외국인이 백인 처럼 조현아가 정방형 프레임에 정공법이라는 카메라 워크를 구사한 것은
인지 유색인인지, 부유한 나라 출신인지 빈민국 출신인지, 전문직인지 생산 그가 외국 노동자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또 한 부류의 한국인으로 인식
직인지에 따라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조현아는 차별적 시 하고 온정적이고 포용적인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
선과 배타적 태도를 감내해야 하는 하위 주체로서의 이주노동자의 힘겨운 결과 그의 외국 노동자 사진은 서구인에게는 타자로 존재하는 한국 사회가,
삶에 주목하여, 본질적인 인간성 대신 ‘값싼 노동력’이라는 도구적 기능성으 서구의 시각을 모방하여 외국 노동자에게 또 다른 타자화를 재생산하고 있
로 평가되어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 상태에서 생활해야 하는 그들의 일상에 는 폭력적 상황에 대한 반성으로 읽히게 된다.
김혜원_수몰민_Gelatin Silver Print_11x14inch_1997 김혜원_수몰민_Gelatin Silver Print_11x14inch_1997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혜원(Kim, Hye-won)의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 수몰민 김혜원의 로컬리티적 접근은 주변 지역인 로컬의 장소성을 강조하는 방식으
(The Series of Yongdam Dam-Before Submergence: The 로 드러난다. 그것은 중심 권력이 행사되는 장(場)의 배타적 개념으로서의
Submerged)」 로컬이 삶의 터전을 회복하기 위해 새롭게 주목받은 가치 공간이기 때문이
「수몰민」은 지역적 층위로 타자의 초상에 접근한 사진이다. 김 다. 따라서 김혜원은 안방, 마당, 집, 논밭을 배경으로 수몰민의 초상을 기록
혜원은 1997년 ‘전주’권을 포함한 서해안 지역에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 하였다. 특히 수몰민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자 국가 권력이
수를 공급하기 위해 다목적댐인 ‘용담댐’이 건설되고 있는 전북 진안군 ‘용 은폐해 온 로컬의 미시사를 형상화할 수 있는 탈중심적 요소로 거울과 액자,
담’ 지역에서, 수몰을 앞둔 사람들의 초상을 촬영하였다. 이 수몰민들은 자본 시계와 달력, 십자가와 성모상, 성냥갑과 모기장, 텔레비전 등의 가재를 부각 조현아_동두천 나이지리아_Digital Inkjet Print_24x24inch_2017.
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중심의 질서에 포섭되지 못하고 낙후된 주변으로 배 했다. 또한, 그는 수몰민들의 실존적 장소 경험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법을 구
제되어 지역 차별과 소외를 당하는 농촌 지역민들이라는 점에서 타자로 영 사하는데, 방안이나 논밭 너머로 산을 깎는 ‘용담댐’ 건설 현장을 대조시키는
역화된다. 특히 이들은 자본의 논리, 개발의 논리에 밀려 조상 대대로 함께 것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장소(place)’와 ‘무장소(장소 상실, placeless)’를
살아온 고향을 떠나 강제 이주시킨다는 점에서 산업화 시대가 양산한 이산 구분한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를 빌리면, 개성을 잃고 규격화된 경
민(離散民),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혜원은 ‘용담’ 관인 ‘용담댐’이 ‘무장소’라면 그가 재현한 일상 속 생활공간은 ‘장소’가 되는
마을을 근대화로 인한 실향의 제유적 공간으로 보고, 국토 개발의 현실과 그 것이다. 이처럼 그는 수몰이나 실향이라는 극한 상황이 유발하는 연민이나
허상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국가 중심주의가 지역 공동체를 감상 대신 황폐한 땅에서 빛나는 생존력, 생활력, 생태적 지혜를 포착하여 고
해체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파괴하며 지역민의 정체성을 짓밟는 상황에서, 향에 대한 수몰민의 정서적 유대감, 장소애(topophilia)를 강조하면서 로컬
지역과 지역 문화의 고유성과 자생성에 가치를 두는 로컬리티(locality) 문제 리티를 확보하였다.
를 이 ‘수몰민’ 사진에 부각한다.
조현아_동두천 나이지리아_Digital Inkjet Print_24x24inch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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