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PHOTODOT 2018년 5월호 VOL.5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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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희_푸른 방_pigment print_67x100cm_ 2014                                                                                     차경희_푸른 방_pigment print_67x100cm_ 2014













































            차경희(Cha, kyoung-hee)의 「푸른 방(The Blue Room)」        업자본주의를 거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구조, 자연환경, 대인 관계망                               사람들」을 제시하면서 근대가 기획한 타자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감금되어            즉 이들은 각기 다른 초상사진의 재현 전략을 통해 정치, 경제, 계층, 성별에
                     「시대의 얼굴, 멜랑콜리」(2014) 展에서 발표된 「푸른 방」은 성    등에서 급속한 변화를 보여준 한국 사회, 더구나 여성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감시받는 이들의 광기와 분열과 강박은 일반 사회인이 갖는 우수와 비애의            서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발견하여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이면과 허상을
            별(性別)에 따른 특성을 고려한 타자의 초상이다. 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는 여전히 전근대적 가부장제에 머물러 있는 한국 사회에서 더욱 보편적으                                멜랑콜리나 이상 징후와 같은 것이고, 그 징후를 앓는 이 역시 동일인임을           드러내었다. 나아가 4인의 사진가는 초상사진이 배경과 소품, 의상과 자세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이성과 합리성에 기반을 둔 근대성의 구조 안에서 멜           로 나타나는 시대적 징후였기 때문이었다.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하얀 집」「푸른 방」 「명상원 사람들」을 같게 인식한        와 표정, 광선과 색채 등 여러 사진적 요소들의 내적 구조화를 통해 사회적
            랑콜리(melancholy)라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감정을 상징화한 인물         차경희가 이성의 영역에서 터부시된 멜랑콜리를 내면화한 여성을 전면에 내                                그는 시대가 양산한 삶의 어둡고 우울한 증상과 그 처방을 보여주며 이성과           의미를 담아낸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개인의 삶을 사회적, 역사적 삶의 지평
            이라는 점에서 타자가 된다. 멜랑콜리는 자기방어에의 집착이 치환되어 나            세운 것은 남성중심주의적 시각은 물론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로                          감정, 정신과 신체,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구획을 무효로 하려는 탈주체          으로 확장하기 위한 독자적인 재현 전략을 보여주었다. 특히 「타자의 초상」
            타나는 증세이다. 인간은 공동체가 부여하는 가치 기준에 부합되는 인간으            부터 확립된 근대 철학의 이성적 주체 개념을 무너뜨리려는 전략으로 보인                                적 인식을 드러내었다.                                       전시의 사진가들은 초상사진이 일상화된 집단적 습속이나 상징화 과정을 통
            로 자기 동일적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억압받고 통제되는데, 이를 감당할 수           다. 그것은 미시적으로는 방안의 일상 가구와 소품들로 드러난다. ‘침실’을                                                                                 해 ‘타자’로 기호화하여 인간을 차별화해 온 데 대한 반작용으로 초상의 위계
            없을 때 불화와 불안, 고립과 소외, 분노와 고통, 죄책감과 수치심 등을 느끼        배경으로 보이는 ‘액자’나 ‘구두’, 거울에 붙어 있는 ‘바나나’ 사진 등은 자율                                                                             에 저항하면서 ‘우리’의 가치를 확인하였다. 타인의 삶의 현실, 그 고통 앞에
            게 되고 이러한 정신적, 심리적 증상들은 자기방어 기제를 작동하는 요인이           적 자아를 찾는 여성의 자기 욕망이 투사된 소품들로 보인다. 더 거시적으로                                      「타자의 초상」전시에 초대된 4인의 사진가는 초상사진을 둘러          선 사진가로서 이들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실현함으로써, 근대가 기
            된다. 따라서 차경희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두 배나 높게 나타난다는 멜랑콜           는 「시대의 얼굴, 멜랑콜리」의 기획 의도에서 드러난다. 차경희는 이 「푸른                             싼 담론적 장(場) 안에서 근대가 기획한 초상사진의 존재 양식과 재현 체계          획한 주체가 사라지고 탈근대가 의미화한 타자들이 부활하는 장소로 초상사
            리를 통해, 한국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여 타자화하는 구조를 보여           방」과 함께 정신병동 사람들을 찍은 「하얀 집」, 삶의 불확실성이나 세계와                              와 작동 기제의 폭력성을 인식하고, 주체나 타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진을 승화시키고 있다.
            준다. 그것은 세계가 요구하는 ‘과잉’된 욕망과 관련된 멜랑콜리가 압축된 산         의 소통 부재로 이상 징후를 겪는 사람들의 명상하는 모습을 찍은 「명상원                               시대와 사회의 인식과 구조 안에서 구성되고 생산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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