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월간사진 2017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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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21)웍스(David)_월간사진  2017-01-20  오전 10:50  페이지 120

































                                                  <Wolfgang>, 2015-2016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양자역학을 이해   아 보내면 파동을 쏘아 보낼 때처럼 간섭현상 무늬가 생기는데, 이를 가까이서 관찰하면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        그 무늬가 사라진다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다. 다시 말해, 단순히 보기만 했는데도 그 성
                인가. 이해를 했다는데,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라니 참 모순적인 이야기다. 그만큼 양자역       질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내 작업도 이와 비슷하다.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중립적인 행위
                학이 애매모호하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파티의 작업도 이와 비슷하다. 분명 실제인 것 같        가 아니다. 각자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이미지를 보기 때문이다. 내 작업을 활발히 관찰
                은데 허구라 하고, 허구인 것 같은데 실제라 한다. 가볍고 유머러스한 사진이어서 이해가        하고, 또 개입해주길 바란다.
                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양자역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볼프강 파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울리(Wolfgang Pauli)를 모티브 삼아 작업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CERN 아카이브(12만 장)에서 기묘한 사건·사고, 그리고 볼프강 파울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미지들을 검색한다. 비록 그는 사망했지만, 칠판이나 흉상, 벽에 매달린 초상화
                사진가와 엔지니어로 동시에 활동하는 것이 독특하다.                            등에서 여전히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특정 사진을 조작한다. 사진 속 사
                처음 사진을 찍은 건 스물 한 살 때다. 지루한 IT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      건은 실제일 때도 있고, 조작된 것이기도 하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어떤 요소들을 더하
                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정작 사진 찍는 행위보다는 사진을 이용한 예술작업에 더 흥미를        거나 지우고, 사진을 결합할 때도 있다. 내가 당신에게 파울리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 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강박관념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조사·연구하는 데 사         자동차 사고 사진을 보여줬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당신은 이 사진이 파울리 효과로 인해
                진을 이용한다. 주 관심 분야는 과학과 정치다. 사진을 ‘이용’하는 것이 작업의 중심이지       발생한 사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사진은 파울리 효과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만,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해서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                     내가 당신의 이미지 읽는 방식을 조작한 셈이다.
                과학자인 볼프강 파울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무엇에서 작업 영감을 받는가?
                CERN(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 유럽연합 공동 입자 물리학 연구소) 아카이브를 리서치          과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데이터에서 영감을 받는다. 다큐멘터리, 음악, 영화의 독창적인
                할 때만 하더라도 그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리서치를 하다 보니 ‘볼프강 파울리’라는       플롯도 참고한다. 과학자들의 도움 없이 내 작업을 진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은
                이름이 계속해서 나오는 게 아닌가. 때마침 그때 파울리 효과(Pauli Effect, 단지 그가 옆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파리에 있는 연구실에서 과학자들과 협업하고 있다.
                에 있는 것만으로도 실험실에선 안 좋은 일들이 발생하고, 실험은 난관에 빠진다는 데서         당신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
                유래한 말)에 대해 알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반은 농담, 반은 심각한 이야기인 파울리 효      나의 창의력을 자극할 만한 분야라면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는 편이다. 최근 나는 한국의
                과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가장 복잡한 학문 중 하나인 양자 물리학(Quantum Physics)   리얼리티 쇼 <애정통일 남남북녀>를 즐겨보고 있다. 그들이 프로그램에서 진행하고 있는
                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미신을 믿는 존재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모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궁금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순이기도 했다. ‘객관적 사실’이 가장 중요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비과학적인 분        사진가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야에 관심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때부터 파울리 효과 관련 이미지들을 수집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 그러기 위해선 개념 작업을 해선 안 되겠지?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어
                <Wolfgang> 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작업의 의도는 무엇인가?      려워하는 복잡한 주제들을 탐구하고,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쉽게 공유하는 방법을 찾는
                일부 사진은 실제 사건을 묘사했고, 일부 사진은 나에 의해 조작됐다는 사실을 발견해보         것이다.
                길 바란다. 다시 말해, 과학적 사실과 과학적 허구를 구분해보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
                선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읽어야 할 것이다. 내 사진이 조작됐는지 아닌지를 입증할 근거
                를 찾으려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마치 ‘엉뚱한 생각’에서 출발해 ‘위대
                한 발견’을 해내는 과학자처럼 말이다.
                                                                        David Fathi  프랑스 출신 사진가다.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이를 사진과 결합해 작업하고
                딱 떨어지는 설명은 아닌 듯하다.
                                                                        있다.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게 만드는 것이 그가 완성한 작업의 특징이다. 2016년 그랑프리 포토페
                양자역학에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라는 것이 있다. 전자를 두 개의 틈 사이로 쏘  스티벌(Grand Prix)과 아를포토(Arles Photo) 포트폴리오리뷰에서 1등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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