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PHOTODOT 2017년 5월호 VOL.42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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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Portrait #4, 2006







                                                                            예상외로 카르멜 수녀들은 이 낯선 이방인 여성 작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외부와의 단절된 그들의 공간 속 일상의 모습을 촬영하도록 허
                                                                     락했다. 무작정 그들의 공간 속으로 발을 들여놓긴 했지만 무겁고 커다란
                                                                     문, 쇠창살이 달린 창문 등, 어두운 고딕양식의 공간이 풍기는 분위기를 처음
                                                                     접한 작가는 이런 환경이 너무도 낯설고 불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 수녀
                                                                     한 사람 한 사람과 길거나 짧은, 그러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과 함께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지고 난 후 늦은 밤까지 하루 일곱 번씩 신에게 바치는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노동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실제적 삶을 함께 하면
                                                                     서 작가는 봉쇄된 공간 속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이 여성들의 소명을 이해하
                                                                     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삶에 대한 자부심과 기쁨은 소명을 받아
                                                                     들인 그들의 몫으로 보였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함이 더해지면
                                                                     서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 이 여성들의 초상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하이파에서 수녀들과의 친분이 두터워졌을 무렵, 하이파의 수녀들은 베들레
                                                                     헴의 자매 수녀원으로 의료와 행정 지원을 떠나면서 작가에게 함께 가기를
                                                                     제의했다. 하지만 당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극심했던 때라 유
                                                                     대인 신분인 작가가 팔레스타인 국경을 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
                                                                     험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었다. 그러나 카르멜 수녀들은 작가에게 자신들
                                                                     의 수도복을 입히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작가의 장비가 든 가방을 함께 나누
                                                                     어 들고 유대인 작가와 함께 베들레헴의 카르멜 수녀원으로 향했다. 무슬림
                                                                     과 기독교인들 사이의 정치적 분쟁이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던 베
                                                                     들레헴 수녀원에서 작가는 일곱 명의 폴란드인 수녀들을 만났다. 그렇게 작
                                                                     가는 유대인들의 마을 안에 세워진 하이파의 카르멜 수녀원과 무슬림 마을
                                                                     안에 세워진 베들레헴의 카르멜 수녀원 등 정치적, 종교적 분쟁과 갈등으로
                                                                     혼란스러울 법한 지역의 중심에서 오랜 세월 유리구슬 속 성지처럼 존재해
                                                                     온 두 곳의 가톨릭 봉쇄 수녀원 안에서의 일상을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마
                                                                     지막으로 미국 메릴랜드 주 토바코에 위치한 또 다른 카르멜 수녀원을 방문
                                                                     했다. 하이파와 베들레헴의 수녀들과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더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작가는 2003년 여름부터 총 2년에 걸쳐 세 곳의 카르멜 수녀들
                                                                     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 2006년 총 72장의 컬러 이미지를 담은 사진집
                                                                     『Perfect Intimacy(완벽한 관계)』를 세상에 내놓았다. 신을 배우자로 맞아
                                                                     들여 자신의 삶 전체를 온전히 신에게 바친 그들이 신과 맺는 완벽히 친밀한
                                                                     관계.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여성 수도자들과 신과의 관계는 그런 것이었다.
                                                       Looking Up,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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