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PHOTODOT 2017년 5월호 VOL.42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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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품은 여행
                  2년 전부터 권은경은 이제껏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며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
                  들에 대해 문득 공허함을 느낀 이유였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나의 삶은 사
                  라지는 것이 아닐까’ 자문하며 허무한 감정만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즉흥적으로 떠난 이탈리아 여행은 시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다른 차원으            “여행에서 본 벽의 시간성이 내게도 똑같이
                  로 끌어올렸다.                                           압축되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에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그곳에서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풍경도 과거로부            시간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터 축적된 시간성을 느끼게 했다. 이름 모를 건물의 외벽이 수천 년의 시간          그리고 매여 있던 것으로부터 자유를 느꼈어요.
                  을 품고 있었다.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존재하고 있었을 대상은 시간의 흔          비록 우리가 시간에 의해 변화하고 사라져가도
                  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순간, 그녀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          이제는 기쁨으로 받아들여져요.
                  다.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며 존재가 시간을 품어가는 것이라
                  는 생각의 반전을 통해 그녀는 허무감에서 벗어났다. 시간의 구속으로부터            누적된 시간들은 내 안에 압축되어 있고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거죠.
                  자유로워졌다. 작가는 그 벽이, 이탈리아 곳곳에서 만난 소소한 대상들이 시
                  간성을 담은 예술 그 자체라고 말한다.                              이제는 시간들이 고맙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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