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PHOTODOT 2017년 5월호 VOL.42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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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숭고한 아름다움 표현하다
                  숭고미란 우리를 압도하는 거대하고 무한한, 절대적인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되는 미적 감정이다. 태초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망망한 대해를 바라볼 때,
                  혹은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거대한 산을 마주할 때 우리는 숭고함
                  을 경험한다. 그녀가 느낀 감동은 거대한 자연 앞에 느끼는 숭고미를 연상시
                  킨다. 수천 년의 헤아릴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 얻은 숭고한 감정. 벽이 품고
                  있는 거대한 시간 앞에 그녀가 인간으로서 고민해왔던 시간은 너무도 작고
                  미미한 것이었다. 작가는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사진을 보다〉는 풍경 속 대상들의 존재 자체를 드러낸다. 작품에 나
                  타나는 시간성은 낮과 밤의 공존을 의미하는 밝고 어두움의 대비와 함께 특
                  유의 색감으로 발현된다. 인간의 깊은 주름처럼 긴 시간이 만들어낸 피사체
                  의 색이 특유의 레이어를 쌓아올린 작업 방식을 통해 표현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시간의 레이어를 한 프레임에 쌓는 이 작업 방식이 압축된 시간성을 우
                  회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작품은 시간을 품고 있는 존재의 아름다움
                  을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다.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
                  우리는 기다리는 시간에 익숙하지 않다. 삶의 조급함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며, 시간을 숫자로만 여기
                  다가도 돌아서서 시간의 허무함에 시달리곤 한다. 그러나 권은경은 여행 중
                  에 만났던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을 축적하며 품어낸, 시간을 초
                  월한 존재를 보고 느낀 감동을 기억하며 이제 ‘기다리는 시간’에 익숙해지려
                  고 한다.
                  권은경은 〈그리고 사진을 보다〉 작업이 그녀 자신에게 시간을 받아들이는 인          “사진을 하면서 뭐든지 급하고 욕심 많은
                  식을 크게 바꾸었으며, 무엇보다 이해와 포용의 능력을 주어 마음의 그릇을           제 성격을 바꿔가요. 전에는 셔터를 누르는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일분, 일초가 더
                                                                     순간마저도 조급했었지만 지금은 그 기다림을
                  이상 뭔가를 찾아내야 하고, 부족을 채워야하는 것이 아니었다. 먼 미래까지
                  생각해 시간의 폭을 한정하지 않는다면 순간순간에 집착하는 조급함으로부             받아드리며 즐기고 있어요. 시간을 품는 마음을
                                                                     가지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기다림 역시
                  터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고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된다. 그렇기에 권은경은 이
                  번 작품에 대해 ‘나에게 시간을 넘어선 자유를 보여준 작업’이라고 평한다.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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