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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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포트_최종_월간사진 2018-09-20 오전 11:35 페이지 1
/ Global Report /
수집의 기술
현재 독일 베를린과 쾰른에서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화려한 소장품을 자랑하는 바르텐바흐 가문과 컬렉터인 토마스 올브리히트가 그 주인공.
수집이 그저 수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내러티브와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바르텐바흐 가문이 주목한 다큐멘터리와 도큐먼트의 경계
Doing the Document Photographs
from Diane Arbus to Piet Zwart
독일 쾰른 바르텐바흐(Bartenbach) 가문이 루트비히 미술관(Museum Ludwig)에 기증한
사진들로 구성된 전시다.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리 프리들랜더(Lee Friedlander),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등 ‘스트
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y)’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진가들의 작업을 한 자리
에서 모아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전시의 중심은 독일 라인강 주변 지역이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영토분쟁이 일어난 곳, 산
업지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곳은 사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곳이다. 1970년대 이곳
에 개관한 첫 번째 사진갤러리는 다이안 아버스, 아우구스트 잔더, 피엣 즈워트(Piet Zwart)
등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대중과 교류했고, 라이니셰스 박물관에선 다큐멘터리 사진 그룹
전이 열렸다. 또한, 비슷한 시기 뒤셀도르프에선 객관적이고 정밀한 묘사가 특징인 ‘유형학
적 사진’이 베허부부에 의해 태동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전시가 독일 사진사를 조명하는 것 같지만 사진가 면면을 살펴보면, 1960년대부
터 1990년대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독일과 미국 사진의 흐름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67년 <New Documents>에 참여했던 아버스, 프리들랜더, 위노그랜드 등과
1975년 열린 전시 <New Topographics>에서 큰 영향을 받았던 칸디다 회퍼의 이름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이들 모두 20세기 중반 화두였던 ‘사진의 기록성’ 한가운데 있었다. 다
시 말해, ‘사진의 기록성’을 바탕으로 하는 ‘뉴 다큐멘터리’ 범주 안에 있는, 더 나아가서는 ‘유
형학적 사진’이라는 현대사진 트렌드를 주도해온 인물이란 뜻이다. 이 대목에서 베일에 가려
져 있던 전시의 실체가 밝혀진다. 전시장을 수놓은 사진들이 20세기 중반에 제작된 것뿐만
아니라 최근 제작된 것도 있는 것을 보면 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비록 ‘컬렉션’을 전면에 내세
우고 있지만, 결국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르포르타주 형식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도큐
먼트 형식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예술사진’을 되짚어봄으로써 현대사진과의 접점을 찾아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Doing the Document Photographs from Diane Arbus to Piet
Zwart. The Bartenbach Donation>는 2019년 1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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